[일간스포츠 서지영 기자]
“그렇게 보면 강정호는 정말 대단해요.”
‘유격수의 달인’ SK 박진만(39)은 요즘 피츠버그 강정호(29)를 보면 감탄만 나온다. 체력과 실력 면에서 차원이 다른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순조롭게 시즌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야구나 선수 스타일이 일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단기전이면 모를까 장기전인 페넌트 레이스에 활약하는 것을 보면 강정호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진만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다. 전성기 시절에는 본능적인 감각으로 잡기 힘든 타구를 잡아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 팀에 차출됐던 그는 미국 대표 팀에서 활약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데릭 지터와 한 그라운드에 서기도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뒤처지지 않았다. 특히 수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벌써 9년 전이다. 로드리게스가 3루를 보고, 지터가 실책을 저질렀던 시절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도 상당히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하나 장기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짧고 굵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국제대회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이어가기 쉽지 않다. 특히 메이저리거들은 어린 시절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근력을 기르며 성장한다. 날렵한 몸을 선호하는 아시아권 선수와 체격 조건부터 차이가 난다. 박진만은 “메이저리그는 강한 파워와 빠른 배트 스피드가 요구된다. 근력 면에서 차이가 크다. 일본 스타일로 조련된 선수가 많았던 내 시절에는 미국 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다. 일본 선수들도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본업인 유격수 말고도 2루와 3루 수비까지 소화하며 전천후 내야수로 성장하고 있다. 적응만 해도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상황. 강정호는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 반 년 만에 4번 타순까지 승격됐다. 지금이야 ‘테스트’기간이지만 붙박이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 시즌 1루와 유격수를 겸업 하고 있는 박진만은 “같은 내야라도 아무래도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제일 낫다. 미리 예측을 하고 수비를 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강)정호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