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니콘스 시절의 박진만(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나도 실책 25개 했는걸."
'국민 유격수' 박진만(39·SK 와이번스)에게도 수비가 정말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수비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 김성현(28·SK)을 위해 박진만이 기억을 꺼냈다.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박진만은 "올 시즌 유격수, 1루수, 3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데 역시 가장 오래한 유격수 자리가 편하다. 다른 포지션에 서면 아무래도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면서 "돌이켜보면 유격수 자리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진만은 김성현을 떠올렸다.
SK 유격수 김성현은 올 시즌 16개의 실책을 범해 이 부문 불명예 1위에 올라 있다.
박진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현이에게 '나도 한 시즌에 실책 25개를 한 적이 있었다'고 얘기한다"고 전하며 "실책이 연거푸 일어나면 '나에게 공이 오지 않았으면'이라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그런데 또 어려운 타구가 온다"며 웃었다.
KBO리그와 국제무대에서 탁월한 수비 능력을 과시하며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을 얻은 박진만도 한때는 수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의 기억처럼 박진만은 2001년 실책 25개를 했다.
현대 유니콘스 신인이던 1996년에는 실책 22개를 범해 팬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박진만은 "지나고 보면 실책하고 후회하고, 다시 실책하고 반성하면서 수비 실력이 자란 것 같다"며 "김성현도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를 위해 조언했다.
그는 "경기는 내일 또 열린다. 오늘 실책했다고 시즌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실책에 위축되기보다는 낙관적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진만은 굳이 '훈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현이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량이 많은 후배이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진만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현대에 입단한 1996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당시 현대 사령탑 김재박 감독은 1996년 1월 스프링캠프 때 매일 밤 박진만을 불러내 추가로 수비 훈련을 하게 했다.
"나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박진만이 자부하는 이유다.
그는 후배 김성현도 시련을 극복하고 '열심히 한 대가'를 받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