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현대 박진만은 '행운을 부르는 사나이'

사비성 2005. 1. 3. 09:00

현대 박진만은 '행운을 부르는 사나이'

기사입력 2004.10.26 오후 07:11 최종수정 2004.10.26 오후 07:11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현대의 6번타자 박진만이 기록한 초라한 성적표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획득하는 박진만은 방망이를 곧추세워 몸값을 올려야 하는데도 성적이 영 신통치않다.

그러나 올 한국시리즈를 유심히 지켜본 팬이라면 박진만의 진가를 엿볼수 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 현대가 그나마 1승2무1패로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박진만 덕인지도 모른다.

사실 말이 2무승부이지 현대는 두 경기를 다 삼성에 내줄 뻔 했다. 제대로만 되었다면 삼성이 3승1패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1차전으로 돌아가보자. 삼성 선발 배영수와 현대 선발 피어리의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되던 4회 말 현대는 거포 브룸바의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현대가 승기를 잡은 것은 5회 말. 심정수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후 타석에 들어선 박진만은 배영수 앞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배영수가 잠시 멈칫하다가 1루주자를 잡기 위해 유격수에게 볼을 던졌다. 그러나 배영수가 송구한 볼은 조동찬의 글러브를 스치며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무사 1, 2루의 호기를 놓치지 않고 3점을 보탠 현대의 승리로 끝났다.

박진만의 희생번트가 행운으로 연결된 셈이다.

2차전에서도 박진만의 행운은 계속된다. 삼성이 6회 초까지 8-4로 앞서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6회 말이 문제였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박진만이 등장했다. 선두타자 심정수가 우전안타로 출루한 후 타석에 들어선 박진만은 삼성의 두 번째 투수 임창용으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다.

박진만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기사회생한 현대는 6회에 2점을 따라붙어 분위기를 잡고 7회에 2점을 보태 간신히 8-8로 동점을 만들었다.

6회에 2점을 따라붙지 못했다면 사실상 경기를 내줄 처지였던 현대는 박진만의 몸에 맞는 볼로 또한번 패배 일보 직전에서 살아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4차전으로 돌아가보자. 이날 경기의 영웅은 삼성의 배영수였다. 10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 비록 11회에 마운드를 권오준에게 넘겨줘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뛰어난 투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진만은 약방의 감초처럼 또 등장했다. 8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던 배영수는 박진만에게 볼넷을 내줘 대기록을 눈 앞에서 놓쳤다.

박진만이 빈공에 허덕이면서도 현대벤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유는 수비 덕분이다. 이날 배영수에게 꽁꽁 묶여 완패가 예상됐지만 박진만의 신기에 가까운 수비 하나로 패배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

7회 말 2사 2루에서 중전안타가 확실시 됐던 삼성 김한수의 강한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캐치한 후 2루수 채종범에게 토스, 실점을 막았던 것도 박진만이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만약 박진만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승리도 삼성 몫이었고 배영수도 퍼펙트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명승부를 벌이고 있는 현대에 박진만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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