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라던 박진만, 갑자기 '대행'으로...'기회'이면서 '날벼락' [SS 포커스]
9위까지 떨어진 삼성이 결단을 내렸다. 허삼영(50)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고, 박진만(46) 퓨처스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겼다. 전부터 ‘차기 감독’ 소리를 들었다. 갑작스럽게 ‘대행’이 됐다. 50경기 남짓 남은 상황. 운명의 잔여 시즌이다.
삼성은 1일 허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알렸다. 9위까지 처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미 적지 않은 비판을 감내하고 있던 상황. 끝내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그리고 삼성의 선택은 박진만이다. 급하게 1군으로 불러 대행을 맡겼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시즌 도중 감독을 내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시즌 완주는 했다. 박 대행이 40년 역사상 세 번째 케이스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앞선 두 번 가운데 한 번은 지난 1997년 백인천 감독이 건강 문제로 중간에 물러나면서 어쩔 수 없이 조창수 감독대행이 맡은 사례다.
애초에 박 대행을 두고 ‘차기 사령탑’이라는 말이 계속 돌았다. 삼성은 과거부터 감독 선임에 있어 내부 승진에 비중을 많이 두는 구단이다. 소위 말하는 ‘순혈주의’가 있다. 과거 류중일 감독은 “삼성 출신들이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면 장점이 있다. 팀을 잘 알고 있고, 팀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책임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박 대행의 경우 시작부터 삼성인 것은 아니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해 9년을 뛰었고, 2005년 FA를 통해 삼성에 왔다. 삼성에서 뛴 기간은 6년이다. 2011~2015년은 고향팀 SK(현 SSG)에서 활약했다. 은퇴 후 SK 코치를 거쳐 2017년 삼성에 돌아왔다. 2군 수비코치-1군 수비코치-1군 수비·작전코치-1군 작전코치 등을 거쳐 2022시즌 퓨처스 감독을 맡았다. ‘순혈’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있으면서 팀을 두루 알고 있는 지도자. 내부승진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만약 허 감독이 시즌을 완주했다면, 시즌 후 계약 만료다. 자연스럽게 ‘박진만 감독’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대행으로 시작한다. 박 대행 입장에서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날벼락이다.
기본적으로 삼성이 박 대행에게 팀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년 시즌에 앞서 미리 감독의 ‘맛’을 보여주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아무래도 대행 타이틀이 붙으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위까지 떨어진 상황이기에 당장 가을야구 진출을 주문하는 것도 무리다. 팀을 잘 추스르는 것이 먼저다. 박 대행도 “밝은 분위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모르는 선수들도 아닌만큼 선수들이 편안하게 자기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행이기에 불안하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역대로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까지 오른 경우가 거의 없는 탓이다. 가장 최근으로 보자면, 2017년 KIA가 박흥식 감독대행을 앉혔고, 시즌 후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을 데려온 바 있다.
박 대행이 잔여 시즌을 잘 치른다면 기회가 당연히 가겠지만, 혹여 부진한 모습이 나온다면 시즌 후 이도저도 아닌 처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쓰고 버리는 패’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박 대행에게 ‘운명의 50경기’가 펼쳐지게 됐다. 팀을 잘 정비해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긍정 요소를 만들 수 있다면 베스트다. 그러면 대행이 아니라 정식 사령탑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도치 않게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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