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2년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 사이 바뀐 삼성 감독 막전 막후

사비성 2022. 10. 18. 13:22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 사이 바뀐 삼성 감독 막전 막후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라면 이미 연락이 왔겠죠. 마무리 캠프가 눈 앞인데도 아무 말 없는 것 보면 제가 아닌게 분명해 보입니다."

정확하게 어제(17일) 오전 박진만 당시 삼성 감독 대행과 통화 시 나눈 대화다.

박 대행은 많은 것을 내려 놓고 있었다. 전혀 언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밀리에 움직인다 해도 마무리 캠프를 앞둔 상황에서까지 자신에게 어떤 신호도 전해지지 않았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연락이 먼저 갔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의 거취에 대한 여러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음해설'까지 나오자 늦장을 부리던 그룹에서도 빠른 움직임이 생겼다.

사실상 감독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박진만 대행에게 연락이 간 것은 18일 오전이었다.

가을 캠프 관련 미팅이 끝나고 나온 뒤 감독 선임 소식을 접했다. 그만큼 일사 천리로 일이 이뤄졌다.

박진만 감독은 "갑작스럽게 내려진 결론이었기 때문에 정신 없었다. 오늘 아침 회의가 끝난 뒤에야 감독 선임을 전달 받았다. 나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이 나오며 그룹도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는데 감독이 됐다고 하니 얼떨떨한 기분도 있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 내부에선 박 대행의 승격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선수단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시즌 막판에는 "감독님이 대행 딱지를 떼려면 1승이라도 더 해야 한다. 5강과 상관 없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선수단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운 박진만 대행의 선수단 장악 능력이 그만큼 빼어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행은 선수들과 소통을 중시했지만 프로 의식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추상 같은 결단을 내렸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다.

공정한 팀 운영 역시 선수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이유였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팀을 구성했고 그 와중에도 팀이 키워야 하는 젊은 선수들에 대한 투자도 잊지 않았다. 대단히 이상적인 팀 운영을 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임 과정에서 쓸데 없는 시간이 지체 되기는 했지만 한 번 결단이 내려지자 그 어느 구단 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 삼성이었다.

선수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박진만 신임 감독이 초심을 잃지 않고 선수들에게 신임을 얻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