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 ‘MR.쓴소리’ 박진만 감독도 칭찬하게 만드는 선수가 있다
박진만 삼성 신임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다. 어지간해선 선수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던 선수도 “내년에 잘해야 주전”이라며 틈을 잘 주지 않는다.
마무리 캠프에서 젊은 유망주들이 ‘지옥 훈련’을 버텨냈음에도 “잘하고 있지만 아직 모자라다”며 좀 더 분발해 줄 것을 주문하곤 한다. 팀이 단단하게 바뀌려면 리더가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 박진만 감독에게 오로지 ‘칭찬’만 받는 선수가 있다. 이제는 팀의 베테랑이 된 구자욱(29)이다.
구자욱은 이달 초부터 일본 오키나와서 열린 마무리 캠프에 자원해서 참가했다. 훈련량이 엄청난 ‘지옥 훈련’이 예고돼 있었다.
구자욱 정도 베테랑들은 회복조로 한국에 남아 몸 관리만 하면 됐다. 하지만 구자욱은 “쉬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강훈련에 자청해서 참여했다.
그저 흉내만 낸 것이 아니다. 주어진 훈련량을 모두 소화했다.
20대 초반의 한참 나이 선수들의 체력에 맞춰진 훈련이었다. 그런 젊은 선수들도 하나둘씩 쓰러질 정도로 훈련량이 많았다.
구자욱 정도 선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아프다고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자욱은 열외 없이 모든 훈련을 다 소화해 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지난해에 느낀 것이 정말 많은 듯 했다. 훈련하는 자세부터 달라졌다. 정말 열심히 주어진 훈련량을 모두 소화 했다. 기본기와 체력 위주의 훈련이었기 때문에 힘든 것을 떠나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군 소리 없이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았다. 내년 시즌 달라진 모습이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발전 없는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군에 다녀온 뒤 맞은 2015시즌, 타율 0.349를 기록하며 혜성 같이 등장했던 구자욱이다. 이후 빠르게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 잡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어느새 구자욱은 그 정도 선수에 머물렀다. 3할을 칠 수 있는 외야수지만 3할 그 이상까지 가능한 선수라는 평가는 조용히 사라졌다.
3할을 겨우 넘기는 평범한(?) 외야수가 돼 버렸다. 3할을 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 선수가 구자욱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2019시즌 0.267로 추락한 뒤 이듬해 다시 3할 타자로 올라서며 야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도 받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결국 지난해에도 타율이 0.293에 머물렀다. 영원한 3할 타자 같은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런 구자욱이 이를 악물었다. “마무리 캠프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라며 당차게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에 뒤처지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마무리 캠프를 버텨내며 새로운 준비에 들어갔다. 비활동 기간 훈련 스케줄도 이미 짜 놓은 상황이다. 오로지 야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진만 감독도 슬몃 놀란 눈치다. 처음 마무리 캠프에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보여주기식 훈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구자욱의 훈련 모습에서 진심을 느꼈다. 박 감독이 구자욱에게만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독기를 품은 천재는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구자욱의 모습이 딱 그렇다.
구자욱의 새로운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출발이 썩 나쁘지 않다. 다가오는 시즌의 구자욱이 얼마나 달라진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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