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2년

박진만 감독 ‘올드 패션 꼰대 야구’가 유독 기대 되는 이유

사비성 2022. 12. 15. 09:26

박진만 감독 ‘올드 패션 꼰대 야구’가 유독 기대 되는 이유

 

박진만 삼성 신임 감독은 자신을 ‘꼰대’에 자주 비교한다. 훈련량이 많은 야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제는 올드 패션이 돼 버린 ‘지옥 훈련’을 다시 꺼내 든 것이 박진만 감독이다.

이승엽 감독이 취임한 두산도 훈련량을 크게 끌어 올렸지만 삼성에 비할 바는 아니다. 삼성은 지난 달 마무리 캠프서 새벽 부터 밤까지 쉼 없이 훈련을 거듭했다. 젊은 선수들이 위주로 된 캠프인 탓도 있었지만 내년 스프링 캠프서도 대단히 힘겨운 훈련을 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박 감독은 반복 훈련의 힘을 믿는 감독이다. 머리로 움직이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야구를 모토로 삼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순간을 선수들에게 강조한 이유다.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라 불렸던 박진만 감독도 당시 타구가 어떻게 날아 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머리는 새하얘지고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타구를 받아보며 반복 훈련을 한 박 감독은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할 수 있었고 결국 한국은 금메달로해피 앤딩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박 감독은 “그때는 정말 실력으로 한 야구가 아니다. 몸이 기억하고 반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반복 훈련만이 살길이다. 우리 팀엔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훈련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는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모험을 시도한다. 베테랑 유격수 김상수를 FA로 떠나 보내고 2년차 이재현을 유격수로 쓰기록 했다.

경우에 따라선 이원석이 맡은 3루에도 새 얼굴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많지 않은 경험은 중요한 순간, 힘겨운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다.

박진만 감독이 반복 훈련 위주의 지옥 훈련을 예고하고 실시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의 머릿속에 야구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실수를 줄이고,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 플레이 때 보다 자신감 있는 수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지론이다.

삼성처럼 급격하게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팀에서 이 같은 반복 훈련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선수들이 머리를 비우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올드 패션’ 취급받고 있지만 반복 훈련은 분명 선수의 기량을 끌어 올리는데 힘이 될 수 있다. 삼성 처럼 젊은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 감독은 지금도 단체 톡 방에 훈련 방법이나 비 활동 기간 훈련의 중요성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감독이 자꾸 뒷자리로 물러나 앉는 것이 선진 야구처럼 비치고 있는 상황. 박진만 감독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모두가 ‘NO’ 라고 할 때 ‘YES’를 외치고 있는 박진만 감독. 그의 역행이 그 어느 때 보다 든든하게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