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2년

독오른 박진만 "처음부터 다시"

사비성 2002. 12. 13. 23:57
독오른 박진만 "처음부터 다시"
[스포츠투데이 2002-12-13 13:34]
토종 최고 유격수 현대 박진만(26)은 지난 11일 방송된 골든글러브 시상식 중계를 보지 않았다.야구인들의 최대 축제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굳이 외면한 까닭은 자존심 때문이다. 박진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유격수다.폭넓은 수비는 물론 지난 2년간은 방망이에도 눈을 뜨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에는 3할타율에 22개의 홈런을 날려 ‘4번 같은 9번 타자’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그 덕에 박진만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거푸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도 이제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유격수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올시즌 박진만은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골든글러브는커녕 턱없이 모자란 타율(0.219) 때문에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박진만은 초심으로 돌아갈 참이다. 때마침 그는 고교졸업 7년 만에 만학도가 됐다. 얼마 전 수시입학으로 경기대학교 체육학과에 당당히 합격,풋풋한 03학번이 된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모름지기 새내기들은 포부도 새로운 법. 박진만은 새내기답게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실천에 돌입한 상태. 지난 9일 막 내린 시드니 마무리훈련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다. 특히 올시즌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손목의 높이를 어깨선까지 내렸던 타격자세의 변화로 보고 원상복귀에 힘썼다.

예년에 비해 한 달 가까이 훈련 페이스가 빠른 그는 이미 완벽한 몸을 만든 상태. 박진만은 “내년에는 올해 같은 수모를 당하지 않고 반드시 이름값을 하겠다”며 내년 시즌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