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2년

타격부진 박진만 '방망이 대신 글러브'

사비성 2002. 8. 9. 00:08
타격부진 박진만 '방망이 대신 글러브'
[굿데이 2002-08-09 10:50]
'방망이가 안되면 글러브로.'

현대 유격수 박진만(26)의 목표는 '반쪽 선수'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박진만은 "수비하는 것만큼 타율도 좀 높여야겠어"라는 말을 들으면 입술을 굳게 깨문다.

박진만은 8일 현재 타점(43개)과 홈런(10개)에서는 그럭저럭 고개를 들고 있지만 타율은 2할2푼8리(276타수 63안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타율 7푼1리(14타수 1안타)로 진짜 '반쪽선수' 신세로 전락했다.

올시즌 타격 부진은 지난 2년간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박진만은 2000년에 타율 2할8푼8리, 지난시즌에는 3할을 쳤다.

박진만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일 수원 기아전을 앞두고 왼쪽 무릎 통증이 재발했다. 인천고 시절 수술받은 부위다. 그날 이후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부실한 방망이의 힘이 더 빠져버렸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박진만은 더 멋진 수비로 타격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파인플레이'보다는 우선적으로 실책부터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8개 팀 주전 유격수 중 실책 1위(25개)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박진만은 올시즌에는 8일 현재 실책 5개로 두산 김호(4개)에 이어 두번째로 적다. 특히 후반기 들어서는 1개만 기록했을 만큼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8일 잠실 LG전에서 보여준 그림 같은 수비는 이같은 박진만의 각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 박진만은 2-2인 6회말 무사 3루에서 LG 마르티네스의 유격수 땅볼을 부드럽게 잡아 빨랫줄 같은 홈송구로 홈을 파고 들던 3루주자 박용택을 잡아냈다. 특히 박진만은 타자주자 마르티네스를 잡기 위해 1루로 송구하려다 박용택의 뛰는 동작을 알아채고 재빨리 몸을 틀어 홈으로 송구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박진만의 철벽수비가 타격감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