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날리고, 공 건지고 … 그림같은 그물 수비
[중앙일보 강인식] 에러가 없다.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없다.
한국 대표팀이 '무(無)에러 게임'으로 WBC 5경기 전승을 올리고 있다. WBC에 참가한 16개 팀 중 수비 에러가 없는 팀은 오직 한국뿐이다. 정교한 야구를 하는 일본, 야구의 원조 미국도 한국만큼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진영(우익수)-이종범(기아.중견수)-이병규(LG.좌익수)로 이어지는 외야진,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1루수)-김종국(기아.2루수)-박진만(유격수)-이범호(한화).정성훈(현대.3루수)으로 이어지는 내야진 모두 완벽했다.
모두 좋지만 박진만이 가장 봉곳이 솟아 있다. 한국을 상대한 팀들의 감독은 박진만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파킨 에스트라다 멕시코 감독은 "유격수 박진만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위치 선정이 뛰어났고 무척 빨랐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13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전체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7개를 잡아냈다.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도 "4회 말 박진만의 정확한 홈 송구가 컸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2-0으로 뒤진 4회 말 1사 2, 3루서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내야 땅볼을 잡은 뒤 홈으로 던져 3루 주자를 잡아냈다.
반면 미국은 이날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유격수)가 1개, 체이스 어틀리(필라델피아 필리스.2루수)가 2개, 총 3개의 실책을 범했다.
장면 1 =3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대만과의 경기. 0-2로 뒤진 대만이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2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2사 1, 3루를 만들었다. 이어지는 타석에서 장즈야오가 투수 옆을 스치는 안타성 타구를 쳤다. '아, 안타다'라고 모두가 생각한 순간 박진만(삼성)의 몸이 허공을 날았고, 볼은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박진만은 넘어진 채로 2루수 김종국에게 볼을 토스해 선행주자를 아웃시켰다.
#장면 2 =5일 일본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4회 말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 들어선 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 머린스)가 봉중근의 2구째를 가볍게 밀어쳤고, 잘 맞은 타구는 우익 선상을 따라 빨랫줄처럼 뻗어나갔다. 공을 따라 전력 질주하던 우익수 이진영(SK)이 오른손을 쭉 뻗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볼을 잡아냈다. 타구를 놓쳤다면 타자 니시오카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장면 3 =14일 미국과의 경기, 1-6으로 뒤진 미국의 5회 초 공격. 1사 1, 2루에서 치퍼 존스가 구대성의 옆을 스치는 타구를 쳐냈다. 넘어지며 볼을 잡아낸 박진만은 끝까지 수비에 집중하며 병살을 이끌어냈다. 반격에 나선 미국의 기세를 꺾어 놓는 호수비였다. 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5회 안타성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한 수비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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