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믿음의 야구’가 마법을 부렸다 |
한국 야구사를 다시 쓴 14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미국전은 투·타에서 조화를 바탕으로 한 완벽한 승리였다. 그동안 잠잠하던 타선이 폭발했고, 세계 최강 미국을 꺾어보겠다는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도 돋보였다.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선수기용 작전도 꼭 들어맞아 흠잡을 데 없는 100점짜리 승부였다. ▲터졌다 방망이 미국전에 앞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김인식 감독은 “타선이 문제야”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 멕시코전까지 팀 방어율 1.00의 철벽 마운드를 앞세워 전승행진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빈약한 공격력이 걱정됐다.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비슷한 수준의 대만·일본·멕시코전에서의 평균 득점은 2.33점에 불과했다. 사실 그동안 막강한 마운드의 힘만으로 어렵게 버텨왔다. 이런 김감독의 마음을 이날 선수들이 확실하게 풀어줬다. 한국은 최강 마운드라고 자부하는 미국을 상대로 10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7점이나 뽑아냈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이날 선발에서 빠졌던 최희섭은 부활의 홈런포를 날려 남은 경기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이승엽도 홈런 포함 2안타로 꾸준한 활약을 보였고, 백업요원 김민재는 3안타, 진갑용·이범호 등 상하위 타선이 폭발하며 마침내 투타의 조화를 찾았다. ▲그물수비는 여전했다 미국 대표팀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경기전 “한국의 수비가 무척 강하다”며 경계의 빛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최소 실점의 숨은 힘을 마운드와 함께 수비력이라고 꼽은 것이다. 전날 멕시코를 제압한 것도 박진만-김종국의 키스톤 콤비를 바탕으로 내·외야진의 완벽한 수비가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날 2루수 김종국이 부상으로 빠져 내야진의 공백이 걱정됐다. 더욱이 평소 유격수를 보던 김민재가 낯선 2루수로 나서 불안감은 더했다. 그러나 프로 15년차 김민재는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 캐치로 안타 타구를 건져냈고, 박진만과도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그물망 수비에 힘을 더했다. 박진만도 미국의 강습타구를 여러차례 호수비로 건져내며 철벽 마운드를 도왔다. ▲완벽한 작전의 승리 김인식 감독은 이날 미국의 왼손 선발 윌리스를 의식해 최희섭 대신 김태균을 선발 4번타자로 내세웠다. 김태균은 첫 타석과 두번째 타석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1득점을 기록하며 알토란같은 팀 공헌도를 보였다. 하지만 4회말 1사 1·2루에 김태균 타석이 돌아오자 김감독은 최희섭을 불렀다. 오랜 감독 생활 속에 쌓인 본능이었다. 김감독의 대타작전은 보기 좋게 적중해 한국에 쐐기점을 불러왔다. 투수들 기용도 절묘했다. 오른손 손민한에 이어 왼손 전병두-사이드암 김병현-왼손 구대성-사이드암 정대현-정통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상대 타선에 따른 ‘상황별 맞춤 계투작전’은 이날도 딱 맞아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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