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군침도는 오이박이

사비성 2006. 3. 20. 16:09
군침도는 오이박이
[조선일보   2006-03-20 05:43:16] 

승환 승엽 진만 진영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한국선수 4명 ‘찜’ 러브콜

[조선일보 진중언기자]

결승 진출은 실패했다. 그러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스포트라이트는 한국 대표팀에 쏟아졌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홈페이지(espn.go.com)에 한국 대표팀 뉴스를 전하며 ‘세계 최고’(Top of the World)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이승엽, 박진만 등 한국 선수들의 공수에 걸친 활약은 지구촌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군침을 흘리며 한국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오승환은 당장 데려와도 통한다"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은 빼어난 투구로 미국의 야구 관계자들을 사로잡았다. 벅 마르티네스 미국 대표팀 감독은 직접 오승환을 지목하며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한국에는 아주 좋은 구원 투수들이 있다. 특히 오승환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원투수로 좋은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시속 145㎞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이번 대회 3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16일 일본전에서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은 오승환은 준결승에서도 9회에 공 9개로 일본의 세 타자를 처리했다. 오승환의 투구를 본 미국의 포수 마이클 버렛(시카고 컵스)은 “마치 시속 110마일(177㎞)로 던지는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미안하다 못 알아봤다 이승엽"

“진작 이승엽을 데려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은 WBC를 통해 세계적 거포로 우뚝 섰다. 이승엽은 1라운드 중국전부터 4경기 연속, 총 5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이번 대회 홈런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승엽은 특히 미국전에서 2005년 메이저리그 다승왕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뽑아내 현지 언론 및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열광시켰다.

LA에인절스의 빌 스톤맨 단장은 “이승엽의 모든 것이 좋다. 2003년에 제대로 된 영입 제안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LA타임스는 “이승엽을 데려올 수 있었던 LA 다저스가 돈 때문에 놓쳤다”고 전했다. 이승엽도 “3년 전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 서운했는데, 이번에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어떤 공도 다 잡는 선수

7경기 동안 한국의 무결점 수비를 이끈 박진만(삼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비교됐다. 박진만은 미국전에서 5회초 1사 1·2루 위기에서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타구를 잡아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채 2루에 송구, 병살타를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미국 ESPN은 박진만의 수비를 지터의 경기 장면과 나란히 방송하면서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며 감탄했다. 멕시코의 에스트라다 감독도 박진만에 대해 “한국의 유격수는 모든 타구를 다 잡아낼 수 있는 선수 같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진영 때문에 일본 두번이나 졌다"

수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우익수 이진영(SK). 이진영은 일본과의 3차례 대결에서 매번 눈부신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일본 오 사다하루 감독이 “이진영의 수비 때문에 두 번 연속 한국에 졌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이진영은 일본 도쿄돔에서 몸을 날리는 다이빙 캐치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8강 리그에서는 빨랫줄 같은 홈송구로 일본의 선취점을 막아냈다. 이진영은 19일 준결승에서도 2회초 오가사와라의 2루타성 타구를 펜스 앞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잡아 4만2000여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