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3월의 전설, 드림팀 아닌 ‘코리아팀!’

사비성 2006. 3. 21. 13:11
3월의 전설, 드림팀 아닌 ‘코리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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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 꿈의 연승 행진이 멈췄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결승전에서 ‘숙적’일본에게 0대6으로 패해 아쉽게 결승 진출이 무산됐습니다.

  지역예선부터 8강까지 WBC 출전국 중 유일하게 6전 전승을 구가하던 한국 야구는 단 한번의 패배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지금까지도 너무 잘 싸워준 대표팀이기에 패배에 대한 아픔 보단 세계 야구 중심으로 우뚝 선 그들의 당당함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같은 조 상위 2팀이 다시한번 준결승전을 벌이는 해괴한 WBC 대진 방식은 결국 한국에게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 수아래로 얕보던 한국에게 2연패를 당한 일본은 그 어느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준결승에 나서, 대표팀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무실점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연패 사슬을 끊었습니다.

  같은 대회에서 3번의 맞대결을 펼치는 것도 흔치 않지만 양 팀간 객관적인 전력차가 크지 않을 경우 3연승을 거두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력을 자랑하는 일본 야구 특성상 지난 두 번의 경기는 한국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결국 한국은 2승을 거두고도 중요한 고비에서 일본에게 패배, 결승 진출 티켓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비록 WBC 원년 대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역대 최강의 드림팀으로 평가받았던 이번 대표팀은 명성에 걸맞는, 아니 이름값을 떠나서 하나의 팀이라는 일체감을 과시하며 세계 4강의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해마다 줄어드는 고교 야구 팀과 돔구장 하나없이 몇십년째 노후한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 등 열악한 저변 속에서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욱 돋보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루어낸 축구 대표팀에 이어 다시한번 온 국민을 “대∼한민국”의 함성 아래 하나되게 한 야구 대표팀의 선전은 분명 3월의 전설로 기록될 것입니다.

  [인터넷 독점]은 아시아 야구 제왕을 자처했던 일본을 연파하고 야구 종주국의 오만함을 내세웠던 미국을 꺾는 등 기분좋은 승전보로 국민들을 즐겁게 한 WBC 대표팀의 주요 경기장면과 감동의 순간을 되돌아 봤습니다.

  ■ 드림팀이 아닌 ‘코리아팀!’
  선수들을 신뢰하는 지도력과 용병술로 정평이 난 덕장 김인식 감독의 WBC 대표팀 사령탑 선임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천문학적 몸 값을 자랑하는 일부 메이저리거들과 국내 각 구단 간판 스타들, 지난 시즌 막 프로에 데뷔한 신인 등 화려한 기량만큼이나 강한 개성을 보유한 선수들이 개인의 명예보다 팀을 앞세운 조직력을 선보인 것은 김인식 감독의 넉넉한 통솔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에 빛나는 박찬호는 마무리 등판을 마다하지 않았고, 소속팀에서 선발이 적성에 맞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병현은 군말없이 중간계투를 맡았습니다.

  2005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번복하는 소동 끝에 소속팀 두산에 복귀했던 김동주는 아시아 예선 통과의 중요한 고비였던 타이완과의 1차전에서 난생 처음 1루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어깨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투수들은 보직에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고, 타자들은 진루타를 치기 위해 최대한 짧은 스윙을 구사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의 지휘 아래 하나로 뭉친 대표팀의 모습은 드림팀이 아닌 ‘코리아팀’ 그 자체였습니다.

  야구팬들은 보기만 해도 화려한 선수들에게 열광했지만 스타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준결승전을 마친 후 “여기까지 온 것은 선수들이 너무 잘싸웠기 때문이다.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끈끈한 조직력은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메이저리그 올스타팀 미국이 팀워크 부재로 자멸한 것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 황금 계투+거미줄 수비 ‘4강 공식’
  WBC 개막 전 한국은 미국의 힘에 밀리고, 북중미의 타고난 유연함보다 떨어지며, 일본의 아기자기한 스몰볼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은 한국 야구를 자국의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으로 평가절하했고 일본은 미국과 우승을 놓고 정면대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6명의 메이저리거가 합류했지만 얼마만큼의 전력 상승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했고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도 과연 국제무대에서 통할지 의문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개막하자 한국은 해외파는 물론 국내파까지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서재응, 손민한 등 선발 요원들의 호투와 김병현, 봉중근, 구대성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 여기에 박찬호가 마무리로 나서 깔끔하게 경기를 매듭지었습니다.

  지난 시즌 삼성 라이온스 우승 주역 신예 오승환은 위력적인 직구를 주무기로 3이닝에 나서 단 한타자도 진루시키지 않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일본과의 8강 최종전, 1점차로 쫓긴 9회말 위기 상황에서 두 명의 타자를 대담하게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통쾌한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비록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난조를 보였지만 한국 투수진의 짠물 투구는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 호수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를 연상케하는 한국 선수들의 그림같은 수비는 승리와 직결됐습니다.

  대만전에서 유격수 박진만이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경기를 끝낸 것을 시작으로 한국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대회 내내 이어졌습니다.

  일본과의 지역예선에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추가실점을 막아냈던 이진영은 두번째 맞대결에서는 정확한 홈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는 신기를 펼쳐 승리의 공신이 됐습니다.

  국내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은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내야 깊숙한 안타성 타구도 손쉽게 처리하는 가공할 수비력을 선보였습니다.

  이진영과 박진만 외에도 WBC 7경기에서 무실책을 기록한 대표팀의 수비력은 상대팀 감독은 물론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