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 태극전사들 "좋아, 분위기 탔어"

사비성 2006. 4. 9. 12:17
WBC 태극전사들 "좋아, 분위기 탔어"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출범 2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가 지난 8일 개막했다. 심한 황사에도 불구하고 개막전이 열린 4개 구장에는 7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와 야구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같은 야구 열기는 지난 달 있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WBC 홈런왕과 타점왕을 독식한 이승엽(요미우리)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데 이어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WBC 전사'들도 개막 2연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구대성-이진영-오승환, "몸은 이미 풀렸다"

 
지난 WBC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투입돼 8이닝을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건재를 과시했던 '대성불패' 구대성은 국내 무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구대성은 일본과의 준결승 직전에 걸린 담의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기아 선수들의 주루 미스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이틀 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한화의 개막 2연승을 이끌었다.

김동주(두산)의 부상 때문에 주전 3루수로 중용됐던 이범호 역시 9일 경기에서 기아의 선발투수로 나왔던 '10억팔' 한기주로부터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한화의 간판타자로 발돋음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SK)도 두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 내며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고 있고, 개막 2경기에서 각각 한 타자만을 상대한 '잠수함' 정대현도 9일 경기에서 시오타니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8일 경기에서 개막전 5연승을 마감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9일 경기에서 6-5로 앞서 있던 8회 초 1사 후에 '돌부처' 오승환을 조기 투입했다. WBC에서 3이닝 동안 실점은커녕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오승환은 마이로우-호세-이대호 등 롯데의 간판 타자들을 상대로 플라이볼 4개와 삼진 하나로 가볍게 요리하며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로 격찬을 받았던 유격수 박진만도 깔끔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이틀 동안 7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해 WBC에서의 공격 부진을 만회했고, 주전 좌익수와 포수로 활약했던 이병규와 조인성은 9일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각각 2개의 안타를 때려 내며 LG 트윈스에게 첫 승을 안겨 주었다.

전병두-정재훈-배영수, WBC의 부진 이어지나?

 
이처럼 WBC에서의 활약을 국내 프로야구까지 이어오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WBC에서 다소 부진했던 선수들은 여전히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 마운드의 '비밀병기'로 기대를 모았지만 경험 부족과 제구력 난조를 보였던 좌완 전병두는 한화와의 개막전 7회 2사 2루에서 기아의 두 번째 투수로 투입됐지만 첫 타자 이도형에게 볼넷을 내주고 데이비스에게 통한의 3점 홈런을 얻어 맞으며 한 타자도 잡아 내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 왔다.

전병두는 7회 투아웃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던 선발 김진우의 승리를 날려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패전의 멍에를 쓰며 최악의 개막전을 치르고 말았다.

지난 달 4일 중국과의 예선전(10-1승)에 투입된 다섯 명의 투수 중에서 유일하게 실점을 기록했던 정재훈(두산)도 개막전에서 진땀을 뺐다. 비록 LG의 대주자 추승우의 결정적인 주루 실수로 세이브를 따냈지만 1이닝 동안 2개의 볼넷과 2루타 하나를 허용하며 작년 '세이브왕'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WBC에서 불과 1.2이닝(1실점)만을 던졌던 배영수(삼성)도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6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 당하며 개막전 패전투수가 됐다. 2004년 최우수선수(MVP)였던 배영수는 작년 개막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기록했었다.

WBC에서 잠시 2루수로 외도(?)했던 한화의 새로운 유격수 김민재는 개막전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대전 구장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