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박진만, '처가' 제주에서 원맨쇼

사비성 2006. 7. 20. 22:16

박진만, '처가' 제주에서 원맨쇼

 

'처가의 힘'

제주도 출신 아내를 맞이한 박진만(29.삼성 라이온즈)가 처가 덕을 톡톡히 보고야 말았다. 20일 제주종합구장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출장한 박진만이 입이 귀에 걸렸다.

시구 때부터 박진만은 마냥 즐거운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박진만의 장인 고계추 제주도지방개발공사 사장이 시구를 맡았기 때문.

게다가 아내 고영미씨와 처남 고권도씨까지 박진만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은 응원군을 얻은 셈. 또 5번 클린업에 포진되면서 어깨도 으쓱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건 속에서 경기에 돌입한 박진만은 달랐다.

4회 말 선두타자 박한이의 중전안타-양준혁의 우전안타-김한수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진만. 박진만은 두산 선발 맷 랜들의 5구째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깨끗한 선취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2-0 삼성의 리드.

이은 5회 초 두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나주환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2번 고영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다음 타석은 준족의 이종욱. 이종욱은 삼성 선발 팀 하리칼라의 6구를 결대로 밀어쳤고 3ㆍ유간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이종욱의 빠른 발을 감안한다면 분명 내야안타성 타구. 그 순간 박진만의 '명품(名品) 수비'가 빛을 발했다. 역 모션으로 공을 잡은 뒤 투 스탭만 밟고 점핑 스로우로 발빠른 이종욱을 잡아낸 것.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어려운 '박진만급' 명품수비였다.

행운도 뒤따랐다. 1-2로 쫓긴 6회 초 두산이 안경현의 우전 안타로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거포 최준석. 최준석은 하리칼라의 2구째 직구를 호쾌하게 받아쳤다.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중간 펜스 상단을 직접 때렸다.

홈런인 줄 알았던던 안경현은 베이스를 천천히 돌다가 3루에서 멈칫했다. 이 순간 박한이의 중계를 받은 박진만이 순간 공을 떨어트렸다. 이를 본 3루 주자 안경현이 뒤늦게 홈으로 파고들다 박진만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홈에서 횡사당했다. 처가집 제주에선 운도 박진만을 택했다.

6회 말 삼성 공격. 선두타자 양준혁의 몸에 맞는 볼과 김한수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의 찬스. 다시 박진만이 타석에 들어섰다. 박진만은 랜들의 2루를 가볍게 우중간으로 밀어쳤고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갔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3루타가 터진 것. 그야말로 박진만의 날이었다.

3타수 2안타 4타점에 명품 수비까지. 처가의 힘을 받은 '제주 사위' 박진만의 화려한 원맨쇼에 휘둘린 두산은 전반기 최종전을 삼성에 1-5로 내줬다. 처가 식구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준 박진만은 8회 초 수비에서 김재걸로 교체, 제주의 푸른 밤을 벤치에서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