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허구연 관전평] 박진만 도루 '허를 찔렀다'

사비성 2006. 10. 26. 21:40

[허구연 관전평] 박진만 도루 '허를 찔렀다'

 

3차전서 한화 구대성이 4이닝이나 던졌기 때문에 4차전은 불펜 싸움에서 삼성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반면 한화는 문동환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절박한 처지였다. 연장전 승부는 삼성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두 팀의 마운드 운용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절묘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은 WBC 때 감독과 투수코치로 손발을 맞췄던 주인공들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최고의 백업요원인 김재걸의 결승타로 승부가 갈렸지만 그 이전에 박진만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연장 10회초 1사 1루에서 박진만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면서 문동환에 부담을 안겼다.

바꿔 말하면 문동환 심광호 한화 배터리가 박진만에게 도루를 허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견제를 자주 하면서 도루를 막았어야 했는데 타자와의 승부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볼카운트 0-2에서 김재걸이 친 구종은 높은 슬라이더였다. 문동환의 실투를 논하기 전에 변화구를 노려 쳤던 김재걸이 잘했다. 역시 야구에서 순간순간의 판단은 선수 본인의 몫인데 박진만과 김재걸이 연차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런 플레이는 하루 아침에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화는 9회말 무사 1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프다. 승부가 연장으로 가면 무조건 불리한 상황이었던 만큼 9회에서 승부를 끝냈어야 했는데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한화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그러나 하루를 쉰 다음 잠실에서 5~7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5차전만 잡는다면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