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삼성 박진만, 3-4차전, 결승타-도루 '독무대'

사비성 2006. 10. 27. 21:53
삼성 박진만, 3-4차전, 결승타-도루 '독무대'
[스포츠조선 2006-10-27 12:04]    
박진만, SUN 웃기는 '반달 눈'

9-10회말엔 끝내기 안타성 타구 잡아

3차전→연장 12회 구대성에 결승타

4차전→연장 10회초 안타후 2루 훔쳐

'한국의 데릭 지터' 박진만의, 박진만을 위한 한국시리즈다.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는 삼성 박진만이 25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2회초 2사 2루 역전 결승타를 날린 뒤 2루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제스쳐를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는 경기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게임을 제 앞으로 끌어다 놓고, 스스로 연출해 나간다. 지터의 이런 모습은 큰 경기만 되면 얼어붙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뚜렷이 대조돼 날로 카리스마를 더하고 있다.

 요즘 삼성 박진만을 보고 있으면 꼭 데릭 지터가 생각난다. 피 말리는 한국시리즈, 그는 나머지 선수들과는 다른 곳에서 놀고 있다. 마치 꽃밭에서 산책하듯 여유만만,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다 편안해진다.

 한국시리즈 3, 4차전은 박진만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였다. 한화로서는 그 생글생글 웃는 반달 눈만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러운' 상대가 바로 박진만이었다.

 3차전 5회 2루타로 1타점을 올렸고, 연장 12회에는 한화 구대성으로부터 결승타를 뽑아냈다.

 4차전에서는 공-수-주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았다. 무안타로 조용하나 싶더니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문동환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낸 뒤 보내기번트가 실패하자 스스로 2루를 훔쳤다. 결국 결승타는 김재걸이 뽑아냈지만 박진만이 없었더라면 꿈도 못 꿨을 승리였다.

 수비에서도 번번이 한화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2-2로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심광호의 깊숙한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1루에 뿌려 끝내기 안타가 될 뻔한 위기를 막았다. 연장 10회말 2사 2, 3루에서 김태균의 타구가 원바운드로 오승환의 키를 넘어 중전안타가 되나 했지만 어느새 2루 베이스 앞까지 달려온 박진만이 건져내 그대로 경기를 끝내 버렸다. 만일 그때 다른 유격수가 서 있었다면? 삼성은 연장 10회초 천신만고끝에 얻은 2점을 곧바로 토해내고, 추가 실점 없이 4-4 동점으로 연장 11회로 넘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선동열 감독은 "박진만이 늘 웃는 상이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웃어서 야구가 잘 되는지, 야구가 잘 돼서 웃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승을 위해서는 홈런 40개를 터뜨리는 슬러거보다도 큰 경기에서 야구공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진짜 '야구쟁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