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도입된 서머리그에서 부쩍 힘을 내는 선수들이 있다. 부상과 슬럼프 등의 이유로 시즌 내내 고전하다 서머리그를 기점으로 살아난 '깜짝 스타'들이다. 상금 500만원이 걸려있는 서머리그 MVP의 예비후보로 손색이 없다.
'여름 사나이'라는 새 별명을 얻을 만한 선수는 의외의 인물. 한화 이도형이다.
이도형은 15일 시작된 서머리그 3경기에서 타율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놀랍게도 홈런이 무려 3개다. 지난 15일 대전 롯데전에서 연타석 아치를 그렸고, 21일 대구서는 '파이어볼러' 권 혁을 상대로 올시즌 팀 삼성전 '1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도형은 시즌 초 2년 만의 포수 복귀를 시도했는데 이게 그만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이유가 됐다. 수비에 치중하느라 타격감이 흔들리면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왔다. 하지만 최근 홈런포가 되살아나면서 크루즈가 부상으로 빠진 독수리 타선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 타선삼성의 부동의 유격수 박진만도 서머리그 3경기의 타율이 무려 5할4푼5리(11타수 6안타)다. 4타점에 홈런 1개도 곁들였다. 시즌 초반 오른쪽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박진만은 "올스타 휴식기를 거치면서 타격에 집중력이 생겼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진만은 시즌 타율을 2할9푼으로 끌어올리면서 삼성에서 양준혁과 함께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떠올랐다. 시즌 초 한 달여의 결장으로 규정타석에 29타석이 부족하지만 이것만 채우면 타격 10위권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KIA 최희섭과 롯데 페레즈는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 최희섭은 지난 21일 수원 현대전에서 국내 첫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의 위용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머리그 3경기서 타율 3할(10타수 3안타) 2타점 1홈런을 기록하며 호랑이 타선의 핵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최희섭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가라앉았던 KIA의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20일 페넌트레이스에 합류한 롯데 대체 외국인선수 페레즈는 2경기에서 타율 4할4푼4리(9타수 4안타), 2타점을 올려 강병철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대호가 고군분투하던 거인 타선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희섭과 페레즈는 어차피 규정타석을 채우는 게 불가능하다. 서머리그가 강력한 동기부여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진정한 서머리그의 영웅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존 스타들도 방망이를 놓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타격 1위 롯데 이대호는 서머리그 3경기에서 타율 5할(12타수 6안타)에 2홈런을 기록 중이고, 두산 김동주(타율 0.300, 2타점 1홈런) 현대 브룸바(타율 0.400, 1타점)도 호흡을 고르고 있다. 서머리그가 후반으로 가면 투수 가운데서도 강력한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
예기치 않았던 선수들의 분전이 서머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