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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유격수 박진만(삼성)은 지난 해 WBC 아시아라운드 대만전에서 ‘아트 수비’를 선보인 바 있다. 9회 2사 1·3루 위기에서 완벽한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내 경기를 끝내버린 것. 그날 한국은 2-0으로 승리했다.
큰 경기. 특히 단기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 호수비 하나가 경기의 승부를 가른다. 한국 프로야구의 꽃.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사례는 더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5년 롯데와 OB(현 두산)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롯데 박정태는 OB에 우승을 선물했다. 3회말 OB 공격 때 1사 1·3루에서 OB 김종석의 2루 땅볼을 박정태가 뒤로 빠뜨리면서 2점을 내준 것. 결국 3승 3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OB는 4승 3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반면 2004년은 호수비가 승부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해다. 현대와 삼성은 1승 1무 1패에서 한국시리즈 4차전을 치렀다. 이날 현대 박진만은 7회말 2사 1·2루에서 삼성 5번 김한수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넘어진 상태에서 2루수에게 송구. 실점 위기를 막았다. 결국 연장 12회 승부 끝에 0-0이 기록됐지만. 이해 승부는 사상 유례 없는 9차전 끝에 현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올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삼성과 한화의 수비는 어느 쪽이 셀까. 삼성에는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이 버티고 있다. 그만큼 내야가 탄탄하다는 얘기. 반면 실책 수에서는 한화가 76개로 삼성(87)보다 적다. 여러모로 볼 때 양팀 수비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올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호수비와 실책이 나와 승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지. 투수와 타자에게만 눈길을 주지 말고 수비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포스트시즌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