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0년

[퀸란-박진만] 현대의 '수호신'

사비성 2000. 5. 18. 15:31
[퀸란-박진만] 현대의 '수호신'

[한국일보 2000-05-18 14:16]

 

현대 투수들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안방마님 박경완이든든한 데다 3루수와 유격수의 수비가 탄탄해 안심하고 투구를 할 수 있다.

현대 3루수인 외국인 선수 퀸란(32)과 유격수 박진만(24). 둘은 투수들이특히 오른손타자일 때 마음 놓고 몸쪽 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수비에서 튼실하게 뒷받침 한다.

이른 바 3·유간의 수비가 약하면 투수들은 몸쪽 공 승부를 하지 못한다. 몸쪽 코스는 포기한 채 바깥쪽만 공략하다 보니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에선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자랑하는 두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3루와 2루 사이로 타구가 날아가면 퀸란내지는 박진만이 가볍게 처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올 시즌 핫코너를 맡은 퀸란은 여러 번의 돋보이는 플레이로 이미 수비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매끄러운 글러브 놀림과 큰 키를 활용한 넓은 수비범위, 그리고 강한 어깨에서 뿜어나오는 총알 같은 송구 등 3루수로서 국내 최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이다.

“수비는 메이저리거에 뒤지지 않는다. 수비 감각을 타고난 선수”라는것이 김재박 감독의 칭찬이다.

지난 1996년 고졸신인 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진만은 수비솜씨가 더욱 무르익었다. 여우 김재박 감독이 현역시절 보여줬던 날렵한수비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17일 롯데전에서도 두 선수는 수비실력을 맘껏 과시했다. 퀸란은 5회 박종일의 3루 베이스 옆을 스치는 2루타성 타구를 캐치, 가볍게 범타로 막았다.

또 5회 좌익수 김인호의 3루 송구가 주자를 맞고 뒤로 빠졌을 때 쫓아가잡은 다음 넘어져 앉은 자세로 홈 송구, 3루 주자를 3루에 그대로 묶어놓은 것은 퀸란만이 할 수 있는 수비였다. 지난 해까지 현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핫코너가 퀸란의 가세로 일거에 해결됐다.

박진만도 이날 경기서 잇달아 날아오는 타구들을 실수없이 깔끔하게 처리, 퀸란과 함께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둘은 또한 공격에서도 맹활약, 최고의 3·유 간을 구축하고 있다. 퀸란은홈런 15개로 이 부문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고 박진만도 날카로운 스윙으로수비만 잘하는 반쪽선수라는 오명을 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