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프로야구 최고를 찾아라(5)

사비성 2008. 2. 19. 08:57
프로야구 최고를 찾아라(5)
스포츠2.0 | 기사입력 2008-02-19 18:25   
SPORTS2.0은 2006년 시즌을 마친 뒤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량을 25개 부문으로 나눠 최고 선수를 가리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설문에 응답한 이는 8개 구단 코치 40명, 한국야구위원회(KBO) 팀장급 심판위원 4명, 방송사 해설위원 3명 등 모두 47명이다. 코치들은 타격, 투수, 수비, 주루, 배터리 등 전문 분야에 대해서만 답변을 했으므로 항목당 응답자는 모두 15명이다. 2007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뽐냈던 선수는 과연 누구였을까.

해설위원 | 허구연(MBC) 이광권(SBS SPORTS)
이용철(KBS) | 3명

심판위원 | 오석환 김풍기 김병주 임채섭 | 4명

코치 | 김경기 김상진 후쿠하라 미네오 박철영 이광길(이상 SK) 김광림 윤석환 한영준 김태형 김민호(이상 두산) 장종훈 이상군 강석천 김호근 김호(이상 한화) 이종두 양일환 류중일 강성우 김평호(이상 삼성) 김용달 양상문 송구홍 전종화 노찬엽(이상 LG) 이명수 정명원 염경엽 금광옥 이광근(이상 현대) 김무관 성준 공필성 한문연 이철성(이상 롯데) 황병일 김봉근 김동재 장재중 최태원(이상 KIA) | 40명

*코치 보직은 타격, 투수, 수비, 배터리, 주루 순.

18. 최고 포수 수비

우승팀 SK의 박경완이 최고의 포수로 꼽혔다. LG 장재중 코치는 "박경완의 투수 리드 특징은 역산법"이라고 말했다. 1구를 생각한 뒤 다음 공을 고르는 게 아니라 결정구를 미리 정해둔 뒤 4구에 맞춰 3구, 3구에 맞춰 2구, 2구에 맞춰 1구를 주문하는 식이다. 타자들의 노림수를 가장 잘 읽는 포수도 박경완이다.

이런 볼 배합은 자칫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박경완은 때로는 몸쪽 직구 3개로 삼진을 잡기도 한다. 지난해 SK 투수들의 타석당 투구수는 8개 구단 가운데 7번째로 낮았다. 좋은 포수는 타자 뿐만 아니라 자기 팀 투수들도 잘 파악해야 한다.

롯데 한문연 코치는 "SK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주력 선발투수 두 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투수들을 잘 이끄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전성기보다 어깨가 무뎌졌다는 평가지만 지난해 도루저지율 3할8푼은 8개 구단 포수 가운데 최고였다. 폭투를 막는 능력에서도 가장 앞선다.

롯데 강민호는 잠재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다수 주전 포수가 30대를 넘긴 가운데 지칠 줄 모르는 20대의 체력은 큰 무기다.

19. 최고 1루 수비

현대 이숭용, 두산 안경현, 롯데 이대호가 나란히 4표씩을 얻었다. LG 송구홍 수비코치는 이숭용의 장점으로 책임감을 들었다.

송코치는 "1루수는 악송구를 자주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송구에 실패한 다른 내야수들은 다음 플레이에서 위축되게 마련"이라며 "이숭용은 포구가 뛰어나다. 간혹 악송구가 나오더라도 다른 내야수들을 잘 다독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비 폭은 과거보다 다소 좁아졌다.

안경현은 3루수 출신답게 강습 타구 처리에 뛰어난 게 장점으로 꼽혔다. 이대호는 다른 1루수보다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여기에 워낙 몸집이 커 내야수들에게 큼지막한 과녁이 된다. 한화 김태균도 두 표를 얻었다. 김태균은 1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살과 보살을 기록했다.

KIA 장성호도 1루 수비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자리를 최희섭에게 양보했다. 최희섭은 미국 시절 수비가 좋은 1루수로 통했다.

20. 최고 2루 수비

'2익수'라는 신조어를 낳은 두산 고영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우익수 앞 잔디를 자기 땅으로 삼더니 한국시리즈 때는 2루 옆 유격수 자리까지 차지했다.

현대 염경엽 코치는 "고영민은 지난해가 풀타임 첫 해였다. 기본기는 완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자기 능력을 100% 믿고 활용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은 "올해의 수비상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2루수들보다 훨씬 큰 체격에 강한 어깨까지 지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역동작으로 공을 뿌린다.

안정감과 경기를 읽는 눈에서는 SK 정경배가 아직 낫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삼성 박종호와 KIA 김종국이 자리를 비워서인지 8개 구단 2루수들의 평균 수비력은 떨어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젊은 선수 가운데는 한화 한상훈과 현대 김일경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상훈은 지난해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한 2루수였다. 물론 두산 고영민의 레인지팩터가 최하인 것처럼 수비 통계는 아직 불완전하다.

21. 최고 3루 수비

KIA 이현곤과 현대 정성훈이 각각 4표씩을 얻었다. 유격수 출신인 이현곤은 다른 3루수들에 비해 수비 범위가 넓다. 송구도 안정적이다. '핫 코너'라고 해서 3루수가 강한 타구만 신경 써서 수비하는 것은 아니다. 짧거나 느리게 굴러오는 타구는 전진해서 처리해야 한다.

순발력이 좋은 이현곤은 균형을 잡기 어려운 플레이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성훈도 유격수 출신이다. 수비 폭이 넓은 데다 1루수가 잡기 쉬운 회전을 걸어 공을 던진다. 그러나 가끔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최고 유격수 수비(위)와 최고 외야 수비.(SPORTS2.0)
다만 이현곤은 타구가 고른 인조잔디, 정성훈은 그렇지 않은 천연잔디 구장에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실책 수는 LG 김상현에 이어 2위(18개)였다.

한화 이범호는 강습 타구 처리를 잘한다. 두산 김동주는 전성기보다는 떨어지지만 실수가 적고 강한 송구를 할 수 있는 어깨를 지녔다. 신예 가운데서는 SK 최정을 주목해야 한다.

오석환 심판위원은 "최정의 송구는 끝이 죽는 법이 없다"고 칭찬했다. SK 후쿠하라 미네오 코치는 "타구의 바운드를 맞추는 감각이 살아나면서 대시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위기에서 팀을 구한 플레이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칭찬했다.

22. 최고 유격수 수비

설문 항목 25개 가운데 유일하게 100% 득표 선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삼성 박진만이다. 박진만의 장점은 쓸데없는 동작 없이 간결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공을 잡은 뒤 한 템포 쉬지 않고 곧바로 송구한다.

응답자들이 내야수 가운데 송구가 가장 뛰어나다고 꼽은 선수도 박진만이다. 김병주 심판위원은 "어깨는 고영민이 강하지만 박진만의 송구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말했다.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말한 응답자도 있었다.

타구 예측 능력도 뛰어나다. 타자의 배트 각도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읽고 어떤 타구가 올지 정확하게 판단한다. 좋은 수비는 영리한 머리에서 나온다. 그래서 한 수비코치는 "수비는 기술과 정신의 합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이광권 SBS SPORTS 해설위원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뿐만 아니라 중견수쪽 수비도 강하다"며 중견수쪽 수비 능력을 김재박 LG 감독의 전성기보다 조금 더 높게 쳤다. 다만 20대 시절보다 순발력은 다소 떨어졌다.
"손시헌이 상무가 아닌 두산에서 뛰었더라면 손시헌을 뽑았을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도 있었다.

(SPORTS2.0)

23. 최고 외야 수비

지난해 12월 국가대표팀의 중견수 자리는 LG 이대형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두산 이종욱을 최고의 외야 수비수로 뽑았다. 두 선수는 모두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수비를 자랑한다.

수비 범위에서는 이대형이 낫지만 타구 판단 능력과 송구에서는 이종욱이 다소 앞선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기 앞에 떨어지는 타구는 실수하는 법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전에서 밀리지 않았다면 삼성 우익수 김창희에게 최고 수비수의 영광이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한 응답자는 "김창희의 수비는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SK 김강민의 수비는 타격 성적이 조금 더 오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설문에서 두산 한영준 코치는 2006시즌 64타석에만 출전한 민병헌을 두고 "최고 외야수가 될 것이다. 장담한다"고 말했다. 한코치의 장담은 현실이 됐다. 풀타임 첫 해라 경험 부족은 다소 눈에 띄지만 송구 능력 하나만큼은 벌써부터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이런 선수를 예상해 본다면 LG 김광삼이다. LG 송구홍 코치는 "한국의 이치로가 출현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