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플레이오프 명품 열전] (2) 유격수 박진만-2루수 고영민

사비성 2008. 10. 15. 12:02
플레이오프 명품 열전] (2) 유격수 박진만-2루수 고영민
2008-10-15 10:21
 삼성 박진만(32)과 두산 고영민(24) 조합은 그물 수비로 베이징 신화를 지켜냈던 대표팀 내야 수비의 핵. 쿠바와의 결승전 9회 키스톤 콤비플레이로 이뤄낸 병살 플레이는 생생한 감동의 기억으로 살아있다. 사상 유례 없는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를 향해 함께 뛰었던 세계 최고의 키스톤 플레이어.

 플레이오프에서 적으로 만났다. 한쪽을 쓰러뜨려야 하는 비정한 승부 세계. 소속팀 내야 수비의 핵으로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적으로 갈린 최고 유격수와 2루수 대결을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플레이오프 최고의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고 지존이 바라보는 서로의 시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고영민 ◇ 박진만

 ▶박진만 "영민이의 폭넓은 수비폭 부럽다"


 월드베스트 유격수도 부러워하는 점이 있었다. 아끼는 후배 고영민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더니 대뜸 "풋워크가 국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박진만은 "영민이가 '2익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푸트워크가 좋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기민한 풋워크를 바탕으로 한 '수비 범위'만큼은 자신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박진만은 얼핏 생각난듯 "참, 영민이는 손도 빠르다"며 "타구를 잡자마자 빼내는 기술이 탁월하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풋워크만은 고영민 우세를 인정했던 박진만은 공 빼는 속도만큼은 후배의 추월을 인정하지 않았다. '누가 더 낫냐?'는 짓굿은 질문에 "글쎄, 서로 포지션이 다르고 바라보는 입장이라 누가 더 빠른지는 잘 모르겠다"며 슬쩍 피해갔다.

 ▶고영민 "선배님이 단연 한수 위다"

 고영민에게 박진만은 형이 아니다. "선배님"이란 깍듯한 호칭을 붙인다. 예의 바른 성격 탓만은 아니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대상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난다. 고영민은 대선배 박진만의 가장 큰 장점을 '안정감'으로 꼽았다. "깔끔하고 흠잡을 데가 없는 수비"로 규정한 고영민은 "공을 잡는 자세, 던지는 자세, 받는 사람이 편안하게 포구할 수 있는 송구 등이 최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때 키스톤플레이를 하는데 2루에서 참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던져주셨다"고 회고한 고영민은 "쿠바전 마지막 더블플레이 때도 처리하기 편하게 토스해줘 수월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자신과 다른 점으로는 부드러운 글러브질을 꼽았다. 그는 "나는 손목을 탁 쳐주면서 빠르게 잡는 반면 선배님은 부드럽게 내려간다"며 "꼭 배워야할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빠른 손-족집게 시프트-자로잰 송구


 포지션은 다르지만 역시 명품 수비수는 공통점이 있었다. 쑥쓰러움 속에서도 본인의 장점으로 꼽는 요소가 유사했다.

 첫째는 빠른 동작. 박진만은 "글러브 속에서 타구를 쥐지 않고, 순간적으로 오른손으로 빼내는 기술"을 장점으로 꼽았다. 고영민도 마찬가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1때까지 포수를 보면서 어깨가 약한 편이어서 1루에 원바운드로 송구했었다. 그래서 빠르게 빼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연습을 많이 했다"며 전광석화같은 기민한 동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둘째는 족집게 시프트. 박진만과 고영민은 똑같은 말을 했다. "상대 타자의 평소 타구 방향에 대한 경험과 타자의 방망이 나오는 각도를 보고서도 시프트 한다"는 말이다. 고영민은 "딱 반발자국만 움직여도 결과가 달라진다"며 시프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공통 장점은 정확한 송구다. 강한 어깨에 대한 자신감이 원천이다. 박진만은 "어릴 때는 무조건 세게 던졌는데 지금은 템포에 맞게 송구한다. 천천히 던져도 될 때는 슬로 송구로 1루수에게 여유를 준다"며 여유로운 수비의 비결을 밝혔다. 고영민은 "남들보다 훨씬 빠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웨이트를 시작하니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하며 "3루수와 유격수를 보다 2루수로 오니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거리를 맞춰 1루 송구를 할 수 있다"며 송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