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플레이 2에러' 박진만, "야구 흥행을 위해..."

[PO]'1플레이 2에러' 박진만, "야구 흥행을 위해..."

기사입력 2008-10-18 12:15 

<조이뉴스24>

"축구가 대세여서 야구흥행을 위해 그랬을지 모르죠"

지난 17일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해맑은 미소로 경기 준비에 한창인 '특급 유격수'가 있었다. 삼성 박진만이었다.

혹시나 전날 경기가 신경 쓰이거나 기죽지는 않은 것일까. 하지만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국보급' 수비수였다.

전날(16일) 1차전. 박진만은 '명품수비'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플레이로 팀 패배에 한 몫 했다. 7회말 2사 2루에서 고영민이 친 어렵지 않은 땅볼에 헛손질해 고영민을 살려줬고(첫번째 실책), 망연자실하며 고개를 숙인 채 넋을 놓아 2루 주자 김현수의 득점까지 내주고 말았다(두번째 실책).

그럼에도 박진만은 하룻밤 자고 나온 17일 2차전을 앞두고 베테랑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다. 쑥스런 듯 미소로 답하는 박진만의 모습에는 '미안함과 여유'가 동시에 묻어나는 듯했다.

"MVP 받을 때는 기사가 작게 나더니, 실책하니까 제목보다 (내) 사진이 더 크게 났던데... 요즘 대세가 축구니까(신문1면) 야구 흥행을 위해 그랬을지도 모르죠"라며 입담을 과시했다.

박진만은 좀처럼 보기 드문 실책을 범한 장면에 대해 "공을 놓치는 순간 '타자가 발빠른 고영민이기에 살았겠구나'라는 판단에 1루 송구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김현수가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투아웃 상황. 고영민의 타구가 '명품수비' 박진만에게 걸렸으니 이닝이 끝나는 줄 알고 김현수는 3루를 돌아 그냥 홈으로 뛰고 있었다. 와중에 실책이 나왔으니 3루 베이스에서 멈춰야 하는데도 김현수는 계속 질주했고, 박진만이 멍하게 있는 사이 홈을 밟았다.

김현수도 "박진만이 공을 놓친 것을 보지 못했다"며 "홈으로 향하며 포수의 제스쳐를 보고서야 알아챘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말하자면 '1플레이 2에러'를 범한 박진만에겐 팀 사기를 저하시킨 책임을 물어 3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현 코치가 "10만원으로 깎아주겠다"며 관용을 베푸는 발언을 했는데, 한 번의 실수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삼성의 분위기를 보면 박진만에 대한 꾸준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박진만은 1차전 실책을 만회라도 하듯, 2차전에서는 공-수에 걸쳐 특유의 견실한 플레이를 펼치며 연장 14회 접전을 역전승으로 이끄는데 든든한 밑받침을 놓았다. 0-3으로 뒤지던 4회초엔 김재걸과 양준혁, 최형우가 볼넷을 골라 잡은 1사 만루 찬스서 좌익수쪽 희생플라이를 날려 팀의 첫 타점을 올려 추격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발빠른 두산 타자를 상대로 내야안타성 코스의 타구를 몇 차례나 막아내는 팬서비스와 함께.

한 번의 실책 정도로 위축될 '국민 유격수'가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