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김민재 관전평] 박진만의 명품 수비 ‘삼성을 살렸다’

사비성 2008. 10. 19. 21:11

[김민재 관전평] 박진만의 명품 수비 ‘삼성을 살렸다’

기사입력 2008-10-19 19:23
 
[JES] 한 장면을 되짚어 보자. 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두산이 1점을 쫓아가 6-2가 됐고, 이어 2사 만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두산 김현수가 타석에, 삼성 권혁이 마운드에 있었다. 김현수는 볼카운트 0-1에서 날아든 바깥쪽 공을 특유의 부드러운 폼으로 밀어쳤다.

당연히 안타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타구는 삼성 유격수 박진만의 점핑 캐치에 걸렸다. 1루로 달리던 김현수가 허탈한 듯 무릎을 꿇었고, 두산의 추격 의지가 꺾였다.

박진만이 왜 명품 수비수인지 또 한번 증명됐다. 잘한 건 빠르고 유연한 점프만이 아니었다. 수비수가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 끼어들어 영리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비였다.

김현수의 배팅포인트는 여느 왼손 타자와 다르다. 바깥쪽 공을 제대로 밀어쳤을 때 좌익수 쪽보다는 좌중간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진만은 정상 수비위치에서 2루 쪽으로 몇 걸음 이동해 있었다.

또 배터리의 사인을 보며 볼카운트에 따라 추가로 오갔다. 박진만이 마치 타구를 알고 있었다는 듯 김현수의 타구를 막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수비시프트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투구가 조금 더 바깥쪽으로 빠졌다면, 또 김현수가 정확히 맞히지 않았다면 타구는 3-유간으로 굴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낮은 확률을 과감히 포기하고, 높은 확률을 택한 박진만 수비가 승리했다.

뿐만 아니라 박진만은 4회 1사 1·3루에서 이대수가 때린 어려운 타구를 쉽게 병살타로 처리했다. 이때 박진만의 포구 위치는 2루에 가까웠다. 2루로 토스해 우선 1루주자를 잡아내는 게 안전해 보였지만, 박진만은 과감하게 스로잉으로 선행주자를 잡아냈고, 2루수 신명철도 매끄럽게 1루 송구까지 성공했다.

두산은 3차전에서 잔루를 무려 15개나 기록했다. 고비마다 삼성 불펜에 막히고, 내야 수비에 잡혔다. 특히 대구구장은 인조잔디여서 불규칙 바운드가 별로 없다. 때문에 삼성 내야수들의 기량이 더 돋보였다. /한화 내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