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병현보다 박진만 공백이 더 걱정

WBC, 김병현보다 박진만 공백이 더 걱정

기사입력 2009-02-16 10:55 

[CBS 체육부 임종률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김인식호'에 비상이 걸렸다. 메이저리그 출신 잠수함투수 김병현(전 피츠버그)이 대표팀에서 제외된 데 이어 명품 유격수 박진만(삼성)마저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전지훈련 시작 하루 전인 16일(이하 한국시간) "김병현이 여권을 분실했다는 소식을 어제 전해들었다"면서 "최종엔트리 마감일(22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김병현을 대표팀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병현은 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지난 시즌을 쉬었지만 9년 간의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데다 지난 2006년 WBC 초대대회도 출전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거들에 생소한 언더핸드 투수라는 강점도 있었다. 지난해 3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이후 시즌을 그대로 접었음에도 대표팀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다.

▲'훈련 부족' 김병현 제외, 전화위복일 수도…임창용, 정대현 등 건재

하지만 김병현 제외는 사실상 필연적인 부분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공백으로 김병현은 WBC까지 몸이 완전히 만들어질지 의문이었다. 지난달 8일 대표팀 출정식 때도 김병현은 "두 달 전부터 유연성 운동을 시작했고 아직 공은 던져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해왔던 김병현은 최근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몸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가운데 또다른 부상까지 입은 상황에서 구위가 제대로 나올 가능성이 적다. 이런 상태라면 국내파라도 구위가 좋은 투수가 더 낫다. 여권 분실이라는 이유가 석연치 않지만 김병현 제외가 차라리 더 후련한 이유다.

김병현이 빠져도 잠수함 투수는 대체재가 훌륭하다. 정대현(SK)과 임창용(야쿠르트)이다. 정대현은 지난 2006년 WBC 참가한 경험이 있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완벽한 마무리 능력을 펼치며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임창용은 지난해 일본 진출 첫 해 33세이브를 올리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마무리 요원들인 이들이 중간 역할로 앞당겨져 뒷문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애초 1회 대회 때도 잠수함 투수는 정대현과 김병현, 2명뿐이었다. 김병현의 빈 자리를 임창용이 대신한 셈이다.

▲박진만 공백, 수비 및 투수진에 연쇄 불안…대체선수 국제경험 부족

문제는 명품유격수 박진만이다. 오른 어깨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색이 없다. 하와이 전지훈련에는 참가했지만 WBC 출전까지 회복될지 미지수다.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본인도 "출전이 힘들 것 같다"고 하고 있다.

박진만의 공백은 대표팀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메이저리그도 감탄한 수비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 수비의 핵인 유격수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50경기 국제대회에 출전한 박진만은 WBC와 올림픽 등에서 셀 수 없을 만큼 호수비를 펼쳐왔다. 때문에 수비만큼은 한국이 어디와 견줘도 손색 없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박진만이 빠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야 수비뿐만 아니라 투수진에도 파급 효과가 연쇄적으로 미친다. 투수들이 그만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체선수와 박진만 사이에 심리적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이다. 또다른 유격수 요원 박기혁(롯데)는 전지훈련 중 슬라이딩을 하다 왼갈비뼈를 다쳐 정상 훈련이 어렵다. 손시헌(두산), 나주환(SK) 등이 대안이지만 상대적으로 큰 대회 경험이 적다. 실책 하나에 승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대표팀은 최종엔트리 마감시한인 22일까지 박진만의 상태가 호전되길 기다리고 있다. 박찬호(필라델피아), 이승엽(요미우리)의 공백에 이어 출발부터 잇단 악재가 발생한 '김인식호'가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