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9년

[시선집중] 에이스에게도 킬러는 있다

사비성 2009. 6. 10. 18:35

[시선집중] 에이스에게도 킬러는 있다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다. 마운드를 호령하는 에이스 투수에도 킬러는 존재한다. 막강 구위를 자랑하는데 이상하게도 특정 팀이나 특정 타자만 만나면 기를 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천적관계다.
 

10일 사직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 한화 류현진은 10일 자신의 천적인 이대호와 강민호를 넘지 못해 결국 쓰디쓴 패배를 떠앉았다. 이대호는 류현진을 상대로 4회 좌익수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렸고 이어 8회 1사 2루에서는 류현진의 시속140㎞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25m의 쐐기 좌중월 2점홈런(시즌 13호)을 쏘아올렸다. 강민호도 류현진을 철저히 괴롭혔다. 천적 관계가 사직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천적관계의 대표적인 사례 강민호 이대호 vs 류현진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라인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화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라는 점을 고려해 선발출장선수 명단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 류현진에게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이대호와 강민호가 그들이다. 경기 전 롯데 박영태 수석코치는 강민호와 이대호를 잔뜩 기대했다. 박 코치는 "지난해부터 우리가 한화전에서 잘 했다"면서 "특히 강민호와 이대호가 장거리포를 펑펑 가동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반대로 한화 강석천 타격코치는 "지난해부터 강민호와 이대호가 류현진을 상대로 너무 잘 쳐서 투구폼을 읽힌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면서 "마치 구종을 알고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민호와 이대호가 류현진에 강했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강민호는 이날 경기까지 3경기에서 9타수 4안타(2루타 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경기에서 11타수 4안타(2루타 1개)로 타율 0.364를,2007년에는 13타수 5안타(1홈런)로 타율 0.385를 기록했다. 이대호는 올시즌 이 경기 전까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5경기에서 11타수 8안타(2루타 2개,2홈런)로 타율 0.727을 기록했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의 통계와 분석의 대가로 1970년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명장이었던 얼 위버 감독은 통상 타자가 특정 투수를 상대로 20타석 이상 들어서 기록한 성적이라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도 강민호와 이대호가 류현진의 킬러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 이대호는 4타수 2안타(2루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강민호도 8회 좌전 적시타로 승부를 매조지 하는 1타점을 올리는 등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이대호에게 2점홈런을 맞기 전까지 1점만을 내주며 고군분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결국 이대호와 강민호의 벽을 넘지 못해 4-1로 뒤진 8회 황재규에게 공을 넘겨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 전 양팀 코칭스태프가 나타낸 예감이 그대로 적중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팀의 연패를 끊지 못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고,이대호는 "홈런을 쳐서 팀의 연승에 도움을 준 데 대해 만족한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또다른 사례 박진만 vs 윤석민
 

방망이보다는 수비가 돋보이는 삼성 박진만은 KIA 에이스 윤석민만 만나면 신들린 듯 방망이를 돌렸다. 올해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1홈런, 2루타 1개)로 타율 0.571을, 지난 해에는 4경기에서 7타수 3안타로 타율 0.429를, 2007년에는 5타수 3안타(2루타 2개)로 타율 0.600을 기록했다. 삼성이 윤석민에게 항상 고전하지만 박진만에게만은 윤석민이 KIA에이스가 아니라 타율과 타점 쌓기 대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