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의MLB프리즘] 부러운 그라운드 컨디션
스포츠서울기사전송 2009-09-06 18:41 최종수정 2009-09-06 20:36
미국의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구장을 방문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게 그라운드 컨디션이다. 구장 인프라는 경제 규모가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숨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관리유지는 우리도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미국에서 벌어진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모두 참가했다. 1회 대회 때는 기술위원으로 참가했고. 지난 3월 2회 대회 때는 수석코치로 직접 그라운드를 밟으며 활동했다. 그 덕에 에인절스타디움. 펫코파크. 다저스타디움에서 선수들에게 펑고도 쳐주면서 그라운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들은 한마디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1회 대회 때 야구팬들은 유격수 박진만의 환상적인 수비를 기억할 것이다. 박진만은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수비가 탁월한 유격수다. 막상 메이저리그 구장 무대를 밟자 박진만의 수비는 훨씬 돋보였다. 백핸드면 백핸드. 포핸드면 포핸드로 글러브를 갖다대는대로 볼이 빨려 들어갔다. 송구는 워낙 정확한 터라 깊숙한 수비 상태에서도 1루로 던지기만 하면 아웃이었다. 이런 최고의 수비 뒤에는 팬들이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최상의 그라운드 상태가 한몫 크게 했던 것이다.
마이너리그 구장도 마찬가지였지만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그라운드에서 나타나는 불규칙 바운드를 볼 수 없었다. 필자가 관전한 경기에서 불규칙 바운드는 한차례도 없었다. 국내 구장에서는 아쉽게도 불규칙 바운드가 종종 나오고 있다. 안타 타구가 나올 때 외야수는 바운드에 맞춰 빠른 수비를 해야 한다. 홈에 들어오는 주자. 또는 1루에서 3루로 뛰는 주자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잽싼 동작이 필수다. 그런데 가끔 외야수가 볼을 뒤로 빠뜨리거나 옆으로 흘리는 경우가 있다. 팬들은 외야수의 실책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실책도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한 이상한 바운드가 실책으로 둔갑해버린다. 내야에서 벌어지는 뷸규칙 바운드는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외야는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천연잔디 구장을 사용하는 곳은 잠실. 문학. 사직 등 3군데다. 천연잔디 구장은 그라운드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최고 수준의 기량을 펼치는 무대다. 그라운드 상태 역시 최고를 유지하는 게 마땅하다. 선진적인 그라운드 관리가 필요하다. 구장 관리인들도 메이저리그 구장에 연수를 보내면 어떨까 싶다. 미국에서는 구장관리를 잘하는 직원에게 시상하는 ‘올해의 그라운드 키퍼 어워즈’도 있다고 들었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홈 경기 금요일마다 불꽃놀이 행사를 벌인다. 경기가 끝난 뒤 수만명의 팬들이 외야잔디를 밟도록 허가한다. 행사가 끝나면 좌우 폴을 기준으로 인부들이 줄을 맞춰 그라운드에 떨어진 잡동사니들을 치운다. 이어 모터가 장치된 진공청소기로 잡물을 제거한다. 내야 그라운드에는 9명이 한 조가 돼 완벽하게 정상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메이저리그 구장에 폭우가 쏟아져도 비가 그치고 30분이 지나면 게임을 속개할 수 있는데는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방수포는 기본이고 물을 빨아 들이는 흙도 있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게 프로다.
라스베이거스(미 네바다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