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개그맨 배칠수의 생생 인터뷰] 부상 떨치고 시동 박진만

사비성 2005. 6. 28. 00:47
[개그맨 배칠수의 생생 인터뷰] 부상 떨치고 시동 박진만

[일요신문] 2005-06-25 07:0

▲ 삼성 이적 후 손등부상으로 올 시즌 초반 제대로 뛰지 못한 박진만이 드디어 ‘시동’을 걸고 있다. 우승으로 만회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종현 기자

 

선수단 버스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에서 20분이 지나자 배칠수씨가 한 마디 내뱉는다. “(버스가)혹시 동대문구장으로 간 거 아냐?” 재치있는 말투에 지루해 하던 일행 모두 웃음보를 터트렸다. 결국 기다리던 파란색 버스 두 대가 도착하고 저마다 장비들을 챙겨 버스에서 내리는데 제일 먼저 삼성의 ‘터줏대감’이자 매니저인 김정일 과장과 선동열 감독이 이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의 주인공은 2호차 버스에서 내렸는데 취재진을 보더니 어색한 미소만 짓는다. 선수들과 함께 곧장 덕아웃으로 향했다. 배영수가 기자에게 인사를 하면서 “누구 인터뷰하러 왔냐”고 묻길래 “박진만”이라고 하자, “그 형 인터뷰할 게 뭐가 있냐”며 너스레를 떤다.

1위를 독주하는 팀이라 그런지 선수단 전체가 활기가 넘치고 여유가 있었다. 인터뷰하는 박진만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선수들이 없을 정도다.

배칠수(배): 이거, 박진만 선수의 인기가 장난 아닌데요? 박진만(박): (특유의 머쓱한 표정으로) 오랜만에 인터뷰해서 그런지 다들 관심을 표해 주네요(그때 또다시 한 선수가 “웬 인터뷰?”하며 아는 체를 하자, 박진만 왈, “나도 왜 날 인터뷰하는지 모르겠다”며 농담으로 화답한다).

배: 지난 3개월 동안 고생 많으셨죠? 박: 그렇죠 뭐. 오른 손등의 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재활훈련을 했어요. 그냥 금이 간 게 아니라 조그만 뼈들이 조각조각 깨져 다시 붙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배: ‘밥값’ 못해 속앓이 좀 했겠어요.

박: 밥값이라. 하하. 마음 고생 무지 많았습니다. 많은 돈을 받고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는데 그만 부상으로 뛰지를 못했으니까요.

배: 그래도 팀 성적은 좋았어요. 뭐, 박진만 선수 없어도 잘 굴러가던데요? 박: 팀 성적이 좋아서 훨씬 부담이 덜했어요. 삼성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잖아요. 만약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저 없어도 잘 굴러가야죠. 누가 부상으로 빠진다고 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기면 어렵기만 하죠.

배: ‘쪼잔한’ 우리가 보기엔 조금 불안해 할 법도 하던데요? 대타로 나온 김재걸 선수가 워낙 좋았잖아요.

박: 솔직히 아주 ‘쪼금’ 불안했어요. 하하.

배: 참, 얼마전 <일요신문>에서 조진호 선수를 인터뷰했는데 이전 고등학교 시절 무슨 전국대회에서 박진만 선수한테 9회 역전 홈런을 맞았다고 회상한 기사를 읽었어요.

박: 그래요? 고등학교 전국대회에서 만난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역전 홈런을 때렸대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배: 원래 때린 사람보다 매맞은 사람이 그 순간을 잊지 못하는 법이에요.

박: 졸업 연도가 아니라 아마도 1, 2학년 때였을 거예요. 그런데 조진호 선수는 잘 있나요? 요즘 많이 힘들었을 텐데.

배: 제가 직접 만난 게 아니고 옆에서 열심히 받아 적고 계시는 기자분이 만나신 거라. 나중에 따로 물어보시도록 하구요. 인천 토박이죠? 우리 집도 인천인데.

박: 아, 그러세요? 인천이 고향이에요.

배: 그런데 왜 나랑 안 걸리지? 아하, 나이 차이가 좀 나는 구먼(참고로 박진만 선수는 76년생이고, 배칠수씨는 70년생이다). 인천에서만 살다가 대구에서 ‘신접살림’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박: 대구 시민들이 워낙 야구 광팬들이 많아서 재밌기도 하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제가 야구를 잘 하고 있을 때라면 삼성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자마자 팔에 깁스하고 밖에도 못 다닐 정도로 힘들게 지내다보니까 사람들 만나는 게 쉽진 않더라구요.

배: 그래도 박진만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언젠가는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던 팬들이 훨씬 많았을 거예요.

박: 그럴까요? 하긴 요즘엔 식당가서 밥 시키면 알아보시고는 서비스도 팍팍 주세요. 야구 잘하면 대구는 살기 좋은 곳이에요.

배: 얼마전 어느 기사를 보니까 선동열 감독께서 박진만 선수에 대한 칭찬을 하셨던데요. 팀에 1점이 필요하면 꼭 1점을 만들어 내는 타자라면서.

박: 정말요? 3개월 동안 재활훈련을 병행하면서 많은 느낌들이 있었어요. 저한테 주어지는 한 타석이라도 결코 소홀히 넘기지 말자는 다짐도 했구요. 야구장 밖에 있다 보면 야구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이제 ‘밥값’ 해야죠. 지금까지 밥 축 낸 거 다 보충하고 넘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죠. 삼성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는데 배칠수씨 키가 박진만 선수보다 더 커 사진기자가 좀 낮춰달라고 주문했더니 배칠수씨,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야, 이젠 내가 선수한테 키를 맞추네”라고 어깨에 힘을 주자, 박진만이 웃으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몸이 엄청 울퉁불퉁해요. 선수들 만날 때마다 일부러 알통 만들어 오신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