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0년

박진만, '깔끔한 결별'에 얽힌 사연

사비성 2010. 11. 29. 21:30

박진만, '깔끔한 결별'에 얽힌 사연
2010-11-12 13:32

삼성은 왜 박진만을 그토록 쉽게 풀어줬을까. 박진만이 지난해 한국시리즈때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 개그맨 이휘재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삼성은 대체 왜 그토록 쉽게 박진만을 놔줬을까.

박진만이 11일 형식상 방출이란 과정을 거쳐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흔히 말하는 프리에이전트(FA)와는 다른 개념이다. 여전히 톱클래스 수비 능력보유한 박진만이 과연 어느 팀으로 옮길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삼성과 박진만의 '손쉬운 이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왜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선택을 그리 쉽게 했을까.

▶현금 트레이드, 고려해봤지만

삼성이 박진만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이득도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현금 트레이드였다. 선수 트레이드는 성사되기 어렵다. 대신 현금을 받고 박진만을 내주는 방법을 택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삼성은 박진만을 그냥 보냈다.

삼성의 실무 관계자는 12일 전화통화에서 "현금 트레이드를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건 조금 치사하지 않은가. 박진만은 우리가 (우승을 위해) 필요해서 데려왔던 선수다. 6년만에 내보내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안 좋은데 현금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건 삼성답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금 트레이드는 상대 구단이 박진만의 내년 연봉(6억원)을 보전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박진만이 팀을 고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깔끔하게 풀어주는 게 박진만을 위해 여러모로 나았던 것이다. 적어도 이번 사례는 삼성의 '쿨'한 선택이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로 갈 경우의 부담

2000년대 들어 프로 구단들은 선수 자원 유출을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해왔다. 한정된 시장에서 결국은 선수가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팀으로 옮겨간 선수가 전력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박진만이 갈 수 있는 팀중 하나로 SK가 손꼽히고 있다. 박진만은 인천고등학교 출신이다. SK 김성근 감독도 대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에게 완패했다. 상위권 경쟁팀인 SK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데도 삼성은 박진만을 방출했다.

삼성 관계자는 "SK행 가능성을 우리라고 모르겠나. 하지만 박진만이 더 많은 경기 출전을 원했기 때문에 그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거의 유일한 이득은, 젊은 내야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조동찬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내야전력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박진만이 포기한 부분

박진만은 각 구단과 개인적으로 접촉한 뒤 팀을 정하면 된다. FA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선수, 보상금 문제도 없다.

보장된 코치직을 포기했다는 점은 일단 박진만에게도 모험인 부분이다. 2년전 삼성과 두번째 FA 계약을 할 때, 은퇴후 삼성이 코치 자리를 준다는 항목이 포함돼있었다.

한편으론 연봉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 얼어붙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박진만은 분명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애초 연봉 6억원을 그대로 받기는 어렵다. 박진만은 이에 대해 11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돈 보다 출전 기회를 원했다"고 밝혔다. 여러면에서, 이번 '박진만 방출'은 선수와 구단이 모두 시원시원한 선택을 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