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0년

박진만,부활 위해 '남편과 형'의 자리를 비우다

사비성 2010. 12. 14. 16:41

박진만,부활 위해 '남편과 형'의 자리를 비우다
입력 : 2010-12-13 09:58:41
▲ 사진=SK 와이번스
[일본 고치=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SK 유니폼을 입게 된 '국민 유격수' 박진만은 지난 12일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다.

삼성 시절, 두산과 플레이오프서 다친 무릎이 조금 삐끗했기 때문이다. 대단한 부상은 아니지만 휴식 차원에서 귀향이 결정됐다.

그러나 박진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그리 길지 않다. 빠르면 21일, 늦어도 28일에는 오키나와 재활 캠프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SK는 부상 전력 선수들에게 따뜻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재활 캠프를 일찌감치 가동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은 박진만에게 남편과 가장, 또 형으로서 많을 것을 포기하도록 했다.

먼저 11일은 그의 동생 결혼식이었다. 프로야구 선수인 형 때문에 겨우 겨우 12월로 늦춰둔 결혼식이었다. 하지만 박진만은 참석하지 못했다.

내년 1월엔 이사 계획도 잡혀 있다. 임신 7개월의 아내 혼자 감당하기 힘든 짐이다. 결국 처갓짓 식구들이 모두 동원되기로 했다.

아내의 출산도 당연히 함께하지 못한다. 그 즈음이면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접어들어 한참 페이스를 올려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진만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좀 더 힘든 스케줄에 몸을 맡기고 있다.

동생 결혼이나 이사는 일정을 조정하면 함께 할 수도 있었다. SK 마무리캠프는 주전 대부분이 참가했지만 12월 이후로는 순차적으로 모두 귀국,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박진만은 그러지 않았다. "한국에선 나 때문에 난리가 났다"면서도 끝까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금은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만은 "난 공정한 경쟁이 필요했던 선수다. SK는 그런 기회를 준 팀이다. 당연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또 여기서도 주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편으로서 또 형으로서 미안한 점이 많다. 하지만 지금 내게 더 필요한 건 야구를 잘 하는 것이다. 다시 명예를 회복한 뒤에 시간을 내도 된다"고 말했다.

박진만의 독기는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다. 빠른 타구 판단과 깨끗한 송구력은 이제 제 자리로 찾아왔다는 평가다. 끊임없이 치고 또 치는 SK판 타격 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그와 함께 훈련했던 최동수는 "훈련을 지켜볼 때도 감이라는 것이 있다. 진만이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