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0년

재기 노리며 SK로 옮긴 박진만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짧고 굵게! "

사비성 2010. 12. 10. 19:56
[베이스볼 라운지] 재기 노리며 SK로 옮긴 박진만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짧고 굵게! "

 

"죽지 않았다는 거 보여줘야죠." 프로 데뷔 15년차인 박진만(34)은 처음 프로 유니폼을 입은 신인처럼 '꿈'과 '야망'을 이야기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여섯 번 우승했고, 다섯 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였다.

2000년대 국내 최고 유격수로 군림했던 그는 지난달 11일 삼성에서 방출된 지 6일 만에 SK로 이적했다. 아시안게임 기간 중 야구계를 술렁이게 한 '사건'이었다. 그는 2008년 말부터 어깨, 무릎, 허리가 정상이 아니었다.

박진만은 "2년 동안 벤치 멤버로 지내며 자존심이 상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 구단에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풀어준 삼성이 고맙다"고 했다.

명예회복을 꿈꾸는 박진만은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SK 마무리 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SK와이번스 제공

"삼성에 섭섭한 마음은 없었냐"고 묻자 속내를 털어놓았다. "선동렬 감독님이 잘해 주셨죠. 하지만 야속한 마음도 있어요. 세대교체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김)상수를 위해 백업 멤버가 되긴 싫었습니다."

박진만은 특히 "(선 감독이) 내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얘기한 걸 언론을 통해 들었을 때 정말 섭섭했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SK로 옮겼을까? 그의 가세로 SK와 다른 팀의 전력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팬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SK 외에도 KIA, LG, 한화가 그를 잡으려 움직였다. 그는 이적 팀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고,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 그리고 천연잔디 구장을 홈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주환의 입대로 유격수 자리가 빈 SK는 그 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게다가 인천고 출신인 그의 고향 팀이기도 했다. "앞으로 야구를 10년 할 것도 아니고 굵고 짧게 해야죠. 솔직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을 택했습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명예회복의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박진만은 "아직 노장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다"며 "우승해서 명예를 회복한 다음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