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최)정이 유니폼을 보니 아주 새까맣던데요. 저도 곧…."
박진만(35·SK)이 각오를 다졌다. 일본 오키나와서 재활 훈련 중인 그는 고치행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오는 27일 SK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재활완료. 박진만은 25일 "출격 준비가 다됐다"고 말했다.
고치는 김성근 SK 감독이 "SK 야구가 시작된 곳"이라고 표현하는 약속의 땅이다. 2007년 김 감독 부임 후 5년째 SK가 전지훈련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 SK 특유의 강훈련이 펼쳐졌고, SK는 최근 4년간 한국시리즈 3회 우승·1회 준우승의 성과를 일궈냈다.
박진만은 인터넷을 통해 고치 훈련의 강도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정근우·최정 사진을 봤는데 유니폼이 아주 쌔까맣더라. 고치 시영구장에서 얼마나 굴렀는지 알겠다"고 웃었다. 이제 곧 그의 유니폼도 검게 물든다. 박진만은 "각오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펑고를 받고 싶었다.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봉 6억원을 보장한 삼성을 떠나 최대 3억원(연봉 2억 5000만원·옵션 5000만원)을 제시한 SK에 입단한 그는 'SK의 주전 유격수'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박진만 영입을 간절하게 바랐던 김성근 SK 감독은 "김연훈·최윤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느냐. 박진만이라도 주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심전심. 박진만은 "당연한 일이다. 주전을 보장해주는 팀은 없다. 경쟁을 하고 싶어서 SK에 왔다.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팀에서는 경쟁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던 2년동안(2009년 76경기·2010년 46경기) 의욕을 잃었다. 마무리 훈련과 재활을 통해 다시 '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얻었다. 동일선상에서 후배들과 경쟁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게으른 선수'라는 이미지도 벗어던질 생각이다. 박진만은 "현대 시절, 김재박 감독님과 야간 수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말 쉼없이 펑고를 받았다. 베테랑이 된 후 훈련양을 줄이긴 했다. 새로운 팀에 왔고, 훈련을 하고 싶어졌다. '게으르다'라는 말을 듣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박진만과 함께 SK 내야진을 구성할 정근우와 최정은 "진만이 형도 고치로 와서 펑고 좀 받으라"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박진만은 "곧 간다. 김태균 코치님 펑고가 대단하다는 말도 들었다. 근우, 정이 유니폼보다 더 새까매진 박진만의 유니폼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