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48) 신임 삼성 감독은 취임 직후 "SK를 꼭 이기고 싶다"며 라이벌로 꼽았다. 류 감독의 표정에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만나 무기력하게 4연패로 주저앉은 것에 대한 아픔이 가득 배어나왔다.
올 시즌 삼성-SK 대결이 더 재미있는 이유가 생겼다. 삼성과 SK는 지난해 소속팀에서 뛰었던 선수를 주고받으며 라이벌 구도에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SK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38)과 삼성에서 조건없이 방출돼 SK로 이적한 유격수 박진만(35)이 그 주인공이다. 카도쿠라와 박진만은 새 팀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누가 친정팀에게 부메랑이 될 지 흥미롭다.
카도쿠라- 4년만의 10승 외국인 투수 될까
삼성은 25일 괌 전훈 캠프에서 테스트 중이던 카도쿠라와 계약했다. 총액 30만 달러. 지난해 SK에서 받은 25만 달러보다 5만 달러 인상된 금액이다. 삼성은 수년째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7년 제이미 브라운(12승8패) 이후 10승 외국인 투수가 없었다. 최근 3년간 삼성은 매시즌 3명의 외국인 투수를 썼다. 총 37승을 거둬 평균 4승 정도다. 모두 실망스런 성적만 남기고 떠났다.
삼성은 검증된 카도쿠라로 10승 투수를 기대한다. 카도쿠라는 2009년 SK에 교체 선수로 입단, 8승(4패)을 올렸다. 지난 해에는 14승(7패) 평균자책점 3.22로 맹활약했다. 특히 개막 후 7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두기도 했다. SK가 시즌 후 무릎 부상을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삼성은 자체 정밀검진을 통해 수술없이 충분히 한 시즌을 뛸 수 있다고 결정했다. 류중일 감독은 "SK가 버렸다는 것이 약간 찜찜하지만 불펜 피칭 등을 통해 합격점을 내렸다"고 말했다.
SK는 주전 유격수 나주환이 시즌 후 군에 입대했다. 김성근 감독은 대체자원으로 김연훈과 최윤석을 맹훈련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진만이 삼성에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 자유신분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구단에 박진만 영입을 강력히 요구했고 뜻을 이뤘다.
반면 류중일 감독은 취임 직후 박진만 이야기가 나오자 "떠나지 말고 (삼성에) 남으라고 했는데 결국 팀을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세대교체로 인해 삼성에서 입지가 줄어든 박진만이 다른 구단을 택한 것은 이해하면서도 하필 라이벌 SK로 이적한 것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재활 훈련을 마치고 고치 캠프 입성을 앞둔 박진만은 "새 팀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며 재기 열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