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지난해 프로야구 최다실책을 기록한 LG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율은 .948였다. 100개의 타구 중 95개를 직간접적(자살+보살)으로 아웃시켰다는 뜻이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에는 최소한 .960을 넘었다. 10번의 기회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수준급 타자로 평가받는 타격과 달리 수비는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10번의 타구 중 1번만 실수해도 '최악의 수비율'이 된다.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삼성의 경기. 이날 한 선수의 수비율은 .333였다. 3차례 그에게 공이 갔지만 단 한 차례 밖에 아웃시키지 못했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전직 국민유격수' 박진만(SK)이다.
박진만은 7회부터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날 전까지는 모두 선발 유격수로 출장했지만 처음으로 김연훈에게 자리를 넘겼다.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뿐더러 타격에서도 8타수 1안타 타율 .125로 부진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에게 타구가 간다'는 속설처럼 7회 들어서자마자 타구를 잡아 아웃시켰다. 8회에는 단 한 차례의 타구도 그에게 가지 않았다. 이어진 8회말 첫 타석에서는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시즌 두 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이 때까지는 군더더기 없는 활약.
문제의 9회가 왔다. 팀이 5-1로 앞선 1아웃 상황. 삼성 배영섭이 유격수쪽 땅볼을 때렸다. 2루 베이스쪽으로 약간 치우치기는 했지만 평범한 타구였다. 하지만 박진만이 더듬으며 1사 1루. 다음 타석에는 대타로 나선 조동찬이 나왔다. 이번 타구 역시 유격수쪽이었다. 이번에는 정면타구. 박진만은 숏바운드로 처리하려 했지만 공은 그의 글러브를 외면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후 이승호가 주자 3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팀은 5-4, 한 점차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연속 실책을 기록한 이후 박진만에게는 타구가 가지 않았다. 팀이 승리하기 전까지 박진만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2000년 초중반 프로야구를 주름 잡았던 '국민 유격수' 박진만이었지만 지난해 그는 삼성에서 김상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2루수와 3루수를 전전했다. 그는 '유격수 박진만'으로 돌아오기 위해 삼성에게 방출을 요구했고 SK 유니폼을 입고 2011시즌을 맞았다.
스프링캠프동안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부활을 노렸지만 시범경기에서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그를 개막전 이후 5경기동안 주전 유격수로 출장시키며 그를 신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세월의 흐름을 속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누구보다 수비를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이기에 이날 그가 기록한 연속 실책은 박진만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SK에는 지난해 '2루수 정근우-유격수 나주환-3루수 최정'이 빠졌을 때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던 김연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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