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1년

[KS] '2루수로 떠난' 박진만, 유격수로 돌아오다

사비성 2011. 10. 27. 14:09

[KS] '2루수로 떠난' 박진만, 유격수로 돌아오다

 

[OSEN=이대호 기자] 작년 10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벌어졌던 대구구장.

당시 삼성 소속이던 '국민 유격수' 박진만(35)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후배 김상수(22)에게 물려주고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결국 박진만은 삼성의 2-4 패배를 막아내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리고 박진만의 삼성에서의 마지막 수비 포지션은 3루수였다. 그렇게 국민유격수는 6년 간 정들었던 대구를 떠났다.

그랬던 박진만이 돌아왔다. 지난해 말 SK로 이적한 뒤 박진만은 올 시즌 100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에 6홈런 39타점으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다들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예전의 날카로운 모습으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박진만은 삼성을 떠난 지 1년 만에 적이 되어 대구구장을 찾았다.

박진만은 25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8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박진만의 침묵 가운데 SK는 삼성에 0-2로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박진만은 비록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타석에서는 2회 2사 2루, 4회 2사 3루 등 득점 기회에서 해결해 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호수비 한 차례로 '역시 박진만'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완벽하지 못한 수비로 '아 세월이여…'라는 말을 동시에 들었다. 박진만은 3회 배영섭의 짧은 타구를 적절하게 대시해 들어와 공을 잡은 뒤 물 흐르듯 1루로 송구해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8회에는 박석민의 평범한 뜬 공을 쫓아가다 박재상에게 갑자기 양보해 결국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비록 무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박진만답지 못한 플레이였다.

비록 박진만은 경기에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한국시리즈 최다 출전 기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진만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1996년 한국시리즈에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까지 모두 48경기에 출전해 이 부문 최다경기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진만이 이제 한 번 나올 때마다 프로야구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선발 출전으로 박진만은 한국시리즈 최다출전 기록을 49경기로 늘렸다.

경기가 끝난 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오늘까지 박진만이 10경기를 풀로 뛰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인다"며 "2차전은 최윤석을 스타팅으로 쓰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전인미답의 경지인 한국시리즈 50경기 출전 기록은 대구가 아닌 홈인 문학에서 노리게 됐다. 베테랑 박진만의 가을 야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