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보기]사연많은 ‘유격수 대결’ 최후승자는?

 

[틈새보기]사연많은 ‘유격수 대결’ 최후승자는?

기사입력 2011-10-25 22:40 

SK 유격수 박진만(오른쪽)과 좌익수 박재상이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회말 삼성 박석민의 높이 뜬 공을 강한 바람 탓에 놓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구|이석우기자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낸다. 언제까지고 최고의 유격수일 수는 없다. SK 유격수 박진만은 지난 시즌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주전 유격수로 뛰지 못했다. 시즌 중에도 삼성의 주전 유격수는 김상수였다. 서른 여섯의 박진만을 스물 둘 김상수가 밀어냈다.

시리즈가 끝난 뒤 박진만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고, 이게 받아들여졌다. 박진만은 SK 유니폼을 입었다. 한 시즌이 흘렀고 SK 박진만과 삼성 김상수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같은 유니폼이 아니라 다른 유니폼이다. 어쩌면 ‘진짜 최고 유격수’를 가리는 한 판 승부가 될 지도 모른다.

박진만은 25일 대구 1차전을 앞두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유격수가 아닌 위치에서 뛰었다. 지금은 다시 유격수로 뛴다. 그래서 더욱 우승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여전히 ‘최고 유격수’임을 증명했다. 박진만은 9경기 동안 실책을 1개 기록했을 뿐 여러 차례 나온 호수비와 안정적인 내야 운영으로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SK 포수 정상호는 “포구와 태그 동작이 빠른 진만 선배가 유격수에 있기 때문에 2루 송구가 훨씬 편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박진만을 밀어낸 ‘뒷물결’ 김상수도 만만치 않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나도 유격수 출신이지만 그 나이 때 나는 김상수 만큼 야구를 잘 하지 못했다”고 칭찬했다.

김상수는 1차전을 앞두고 “지난해 진만 선배로부터 송구 동작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특히 주자와 타자주자의 움직임을 체크하면서 송구 리듬에 변화를 주는 점을 배운 게 유격수로서 가장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는 박진만과의 맞대결에 대해 “선배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절대 밀릴 수는 없다는 각오다. 김상수는 “지난 시즌에는 처음이라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적극적인 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 수비 범위가 가장 넓은 유격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삼성과 SK 모두 기동력이 강한 팀이므로 도루 저지는 물론, 상대의 번트·슬래시 공격에 따른 유격수의 시프트도 큰 폭으로 이뤄진다. 김상수는 “준비 기간 동안 SK 타자들에 대해 많은 분석을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진만은 우승 반지를 6개나 낀 베테랑이다. 신·구를 대표하는 유격수의 맞대결이 한국시리즈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진만은 3회말 발 빠른 타자 배영섭의 짧은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낸 뒤 날렵한 러닝 스로로 1루에서 잡아냈다. 김상수는 이날 타구가 2개밖에 오지 않는 바람에 수비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지만 3회말 박진만 옆을 스치는 안타를 때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