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권혁진 기자 = 경험의 힘은 대단했다. SK 와이번스를 벼랑 끝에서 구해낸 선수는 '101번째 포스트시즌'에 나선 박진만(36)이었다.
박진만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12-8 역전승에 기여했다.
경기 초반은 삼성 라이온즈의 분위기로 전개됐다. 삼성은 3회초 이승엽의 2타점 적시타와 최형우의 3점포로 6-1 리드를 잡았다. SK가 곧바로 2점을 따라 붙기는 했지만 여전히 3점의 격차는 커보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느낀 순간. 박진만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박진만은 4회 시작과 함께 솔로포로 4-6 추격을 이끌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인 2000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맛 본 한국시리즈 홈런이었다. 게다가 삼성이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1+1'의 핵심인 차우찬을 상대로 쏘아 올린 아치여서 의미가 더했다.
물 오른 박진만의 활약은 그치지 않았다. 5-7로 끌려가던 6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진만은 권혁으로부터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뽑아내 역전의 불씨를 지폈다. 이 안타로 살아나기 시작한 SK는 6회에만 6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페넌트레이스 한 시즌과 맞먹는 포스트시즌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박진만은 지지부진한 타선의 '돌격대장'을 자처하며 반전을 이끌었다. 자신을 버린 원 소속팀에 비수를 꽂은 것은 물론이다. 승부가 기운 2차전에서 대타로 100번째 출장 기록을 달성한 아쉬움도 함께 날렸다.
경기 후 박진만은 "(2차전에서의)100경기 출전은 생각하지 않았다. 2패 중이라 오늘 지면 끝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나 뿐 아니라 선수들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라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5점차 역전승의 원동력으로는 절실함을 꼽았다. 그는 "2차전 때 이런 상황이었다면 달라졌겠지만 오늘은 지면 거의 한국시리즈가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6이 되고 야수들이 모여 '지더라도 SK다운 야구를 보여주자'고 했다. 그 이후 폭발했다. 그런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만은 타선의 부활이 향후 시리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1,2차전 찬스에서 타자들이 못 치다 보니 위축이 됐다"고 털어놓은 박진만은 "묶여있던 밧줄이 풀리 듯 모든 선수들의 타격감이 올라온 것 같다"고 남은 시리즈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