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4년

SK 상승세의 비결? 박진만의 ‘주장 효과’

사비성 2014. 10. 14. 17:46

SK 상승세의 비결? 박진만의 ‘주장 효과’

[일간스포츠] 입력 2014.10.14 11:42수정 2014.10.14 15:27



SK의 주장은 최고참 박진만(38)이다. 치열한 4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SK는 9월부터 10월14일까지 12승4패2무(0.750)로 이 기간 승률이 가장 높다. 공교롭게 지난 4월 중순 십자인대 부분파열로 이탈했던 박진만의 1군 엔트리 합류 시점이 바로 9월1일이다. SK 선수단은 최근 팀 상승세 비결 중 한 가지로 '주장 효과'를 얘기한다.

박진만은 이같은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없다. 가을에 워낙 잘하는 애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테랑의 시선에는 뭔가 특별한 게 보인다. 박진만은 "2군에서 볼 때 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보였다. 1군에 올라가면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군에 올라올 때 분위기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 도중 분위기가 다소 처지면 파이팅을 외쳐주는 정도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장' 박진만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페이스'는 유지하되 '부담감'은 낮추는 것이다. 그는 "팀 성적이 좋든 안 좋든 재미있게 야구 하자고 얘기한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했다.

선수들이 4위 LG를 따라잡기 위해 욕심 내고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요즘 박진만이 경기 전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그는 "'우리 할 것만 하자'고 얘기한다. LG의 상관없이 오버 페이스를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현역 프로야구 선수 중 진갑용(삼성)과 함께 우승 반지가 6개로 가장 많다. 국제 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그가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대표팀은 3-2로 앞선 9회 말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마운드는 류현진에서 정대현으로 바뀌었고, 퇴장 당한 강민호를 대신해 진갑용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분위기는 아무래도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박진만은 마운드로 걸어가 정대현에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잘했다"며 "편하게 던져라"고 조언했다. 정대현은 병살타를 유도했고, 대표팀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박진만은 "요즘에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일부러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고 얘기했다.

주장의 존재감은 후배들에게 든든하다. SK 김강민은 "그 동안 팀 성적이 안 좋았던 데는 정신적 지주가 없었던 영향도 있다"며 "(박)진만 선배가 엔트리에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우리 팀에 고참급 선수가 별로 없지 않나"라며 "진만이 형은 야구를 못해도 3년은 1군 엔트리에 남을 것 같다. 구단 최초로 플레잉 코치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그 효과를 언급했다. 내야수 박계현은 "확실히 박진만 선배님이 들어온 뒤 그 효과를 실감한다. 최근에는 3루 페어 라인을 벗어나는 파울볼을 점프해서 잡아내더라. 벤치에선 다들 보는데 '선배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더 열심히 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가을은 분위기다"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그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