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4년

SK 주장 박진만 효과, 남은 경기서 통할까

사비성 2014. 10. 14. 17:42

SK 주장 박진만 효과, 남은 경기서 통할까

기사입력 2014-10-14 10:09:15


 

 
SK는 주장 박진만이 합류한 이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SK는 박진만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SK 와이번스가 과연 가을잔치 초대권을 받아낼 수 있을까. SK 주장 박진만은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SK는 박진만이 2군서 돌아온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진만은 2군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지난 9월 5일 1군에 올랐다. 이후 SK는 16경기에서 12승3패1무로 같은 기간 9개팀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7경기에서 5승1패1무다. 건조했던 덕아웃 분위기에 화색이 돌고,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도 높아졌다. '박진만 효과' 또는 '박진만 매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진만은 지난 6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풀이 죽어 있는 후배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끝난 거 아니다. 다시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의 파이팅을 돋웠다. SK는 9회말 조동화와 박정권의 적시타을 앞세워 2대1로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거뒀다. 박진만의 존재감이 단적으로 드러난 경기였다. 박진만의 리더십이 젊은 선수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하나로 모았다는 이야기다.

박진만은 "명장, 명주장은 선수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는 하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다만 팀이 안 좋을 때 마음 편하게 먹고 편하게 경기를 하라고 얘기해 준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힘빠진 모습을 보이는 팀은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1996년 데뷔한 박진만은 올해 프로 20년차의 베테랑이다. 그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6번이나 차지했다. 역대 선수들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포수 진갑용과 함께 우승 반지가 가장 많다. 박진만 스스로 "6개의 반지가 다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우승 경험이 풍부하다. 그만큼 시즌 막판 중요한 시점이나 포스트시즌서 팀이 어떤 '분위기여야' 하는지를 잘 안다는 이야기다.

SK는 지난 13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패색이 짙던 9회말 3점을 뽑아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7대6으로 재역전승했다. 이제 4위 LG와의 승차는 1.5경기가 됐다. 여전히 불리한 입장이지만,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주장 박진만의 리더십이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만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떠올렸다. 당시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3-2로 앞선 9회말 류현진이 난조를 보이자 정대현을 구원투수로 올렸다. 이때 유격수 박진만이 마운드로 다가가 정대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장면이 있었다. 박진만은 "대현이하고 대표팀 생활을 오래 했다. 별다른 얘기는 안했다. 그냥 편하게 던지라고 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아주 잘 한 것인데, 부담 가질 필요없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병살타를 유도해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고 회상한 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거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응원해주고 두드려 주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박진만은 "우리 팀에는 가을야구를 해 본 친구들이 많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들 잘 안다. 남은 경기서 편하게 한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진만은 이미 주전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여전히 SK에서는 리더십이라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박진만은 그것조차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