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4년

'승률 .724' SK 이끄는 박진만 효과

사비성 2014. 10. 14. 17:50

'승률 .724' SK 이끄는 박진만 효과

[OSEN=김태우 기자] “그 때 마운드에 올라가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 한 것 아니냐. 그러니 편하게 던져라’ 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정)대현이가 씩 웃더라고요. 자기도 경험이 있으니”(웃음)

박진만(38, SK)은 뜬금없이 2008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 국민들에게 환호를 안겨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추억이었다. 쿠바와의 결승전 당시 한국 야구 대표팀은 경기 막판 쫓기고 있었다. 오히려 분위기는 쿠바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내야를 지켰던 박진만은 마운드에 갓 오른 정대현에게 “편하게 던져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결국 정대현은 극적인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대표팀의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박진만이 갑자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현재 SK의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박진만은 “어쩌면 상황이 비슷할 수도 있다. 당시 했던 말을 지금 후배들에게도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잘했으니 앞으로도 편하게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박진만의 편안한 리더십은 SK의 마지막 도전을 이끄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작 자신만 모른다.


 
8위에 처져 있던 SK는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4강 도전에 나서고 있다. 물론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4위 LG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SK만큼이나 커다란 파도를 만들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 SK가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차는 1.5경기. LG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SK는 전승을 거두더라도 추월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상황도 살펴야하지만 LG쪽의 결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괴로운 상황에서 SK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박진만의 리더십이다. 무릎 부상으로 오랜 기간 1군에서 빠져 있었던 박진만이다. 구멍은 유격수 자리에서만 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주장을 잃은 SK 선수단 분위기도 흔들렸다. 시즌 전부터 하나의 목표를 제시하며 선수들을 이끌던 구심점이 사라졌다. 다른 중고참 선수들이 그 몫을 대신하기 위해 나섰지만 선수단 투표로 주장직에 오른 박진만의 포근함은 항상 그리웠다.

하지만 박진만이 1군에 돌아오면서 팀 분위기가 급격하게 살아났다. 이만수 SK 감독은 “박진만이 주장 역할을 참 잘한다. 선수들을 잘 묶고, 행여 처지는 선수들이 있으면 직접 다독이기도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고참 선수들은 리더의 재등장에 자신의 일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젊은 선수들은 박진만의 독려 속에 마지막까지 방향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칭찬하는 ‘박진만 효과’다.

성적에서도 그런 효과는 어렴풋이 드러난다. 박진만이 빠져있는 동안 SK는 39승55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박진만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되어 있는 동안의 성적은 21승8패2무(승률 .724)다. 물론 이것이 오로지 박진만의 공은 아닐 것이다. 다만 주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은 팀 분위기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어쩌면 SK로서는 박진만의 복귀가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던 셈이다.

박진만은 손사래를 친다. 박진만은 “원래 명장도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있으니까 중간급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만 잡아주는 것이고 원래 가을에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웃었다. 주장이 아무리 임무를 잘해봐야 후배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처져 있는 것이 보였다. 1군에 올라오며 그런 것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박진만의 눈빛에는 주장의 리더십이 분명 서려 있었다.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박진만이다. 강압적으로 끌고 가봐야 되는 문제도 아니다. 박진만은 “우리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LG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고 해왔던 것처럼 하자고 주문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젊은 선수들이 중요한 시기에 흔들림 없이 참 잘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칭찬을 잊지 않았다. “아직은 해볼 만하다”라는 말로 들렸다. 박진만과 SK는 아직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