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슈퍼스타 이승엽 vs 박진만, 이젠 감독으로 지략대결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숱한 국제 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인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진만(46)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내년부터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변신해 지략으로 맞선다.
은퇴 후 5년간 방송사 해설위원, KBO 홍보위원과 총재 특보 등으로 재야에 머물던 '국민 타자' 이승엽이 14일 두산의 새 감독으로 먼저 선임됐고, 올해 감독 대행으로 삼성을 이끈 '국민 유격수' 박진만 대행이 18일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두산과 삼성은 한국 야구사에 남긴 둘의 굵직한 발자취를 인정해 초보 감독인데도 계약기간 3년을 보장하고 예우했다.
프로 데뷔는 이승엽 감독이 1995년으로 박진만 감독보다 1년 빨랐지만, 둘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박 감독은 인천고 재학 시절 무릎을 다쳐 1년 유급해 1996년 데뷔했다.
야구팬들에게 두 감독은 각각 삼성(이승엽)과 현대 유니콘스(박진만)를 대표하는 간판선수였으며, 태극마크를 달고 둘이 한솥밥을 먹었을 땐 감동의 명승부를 합작한 영웅으로 익숙하다.
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5차례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03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서만 쓴맛을 봤을 뿐,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에 둘은 늘 함께했다.
먼저 일본과 맞붙은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박진만 감독이 '약속의 8회' 포문을 열었고, 이승엽 감독이 천금의 결승타를 쳤다.
0-0인 8회 선두 타자로 나온 박진만 감독이 3루수와 유격수 깊은 곳으로 내야 안타를 날려 출루했고, 이어진 2사 2, 3루에서 이승엽 감독이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좌중간 2루타로 두들겨 3루 주자 박 감독과 2루 주자 이병규 LG 퓨처스(2군) 타격 코치를 홈에 불러들였다.
한국은 곧바로 터진 김동주의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보태 3-1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은 안정적인 수비로 한국 대표 유격수 계보의 적자임을 입증했다.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6년 WBC 4강 진출,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의 금메달 신화를 이 감독과 박 감독은 같이 썼다.
이 감독이 야구사를 아름답게 수놓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한국의 승리를 앞에서 끌었다면, 박 감독은 매 경기 결승이나 다름없는 토너먼트 국제 대회에서 견고하면서 부드러운 명품 수비를 펼쳐 뒤에서 힘을 보탰다.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금메달), 올림픽(동메달 이상)과 이례적으로 병역 특례를 적용한 2006년 WBC에서 한국의 선전을 이끈 이 감독과 박 감독을 향해 팬들은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라는 기분 나쁘지 않은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선수로 시대를 풍미한 두 감독은 이제는 지략으로 '왕조' 시대를 구가한 소속팀의 반등을 주도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띠고 더그아웃에서 지략 대결을 준비한다.
대타자 출신으로 프로에서 코치 경력 없이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이 갈고 닦은 내공을 증명해야 한다면, 박 감독은 은퇴 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지도자로 입문해 2017년부터 삼성에서 수비·작전 코치, 퓨처스(2군) 감독, 1군 감독대행을 차례로 지내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는 측면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삼성은 꾀가 많고 부드러웠던 선수 때 이미지와 달리 지도자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박 감독의 '카리스마'를 높이 사 정식 감독에 임명했다.
한국 야구의 중흥을 이끈 두 감독이 2023시즌 침체한 프로야구에 흥행의 신호탄을 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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