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맞대결 김원형‧홍원기 나란히 재계약…외국인 사령탑은 서튼·수베로 둘뿐
[일요신문] 프로야구 KBO리그 감독은 1년에 단 열 명만 가질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다. 올해는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51),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50),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55), 이강철 KT 위즈 감독(57),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50),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50),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47),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53),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47),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51)이 KBO리그 사령탑 열 자리를 차지했다.
열 명의 감독 중 올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총 4명. 염경엽, 이승엽, 강인권, 박진만 감독이다. 이 가운데 염 감독을 제외한 세 명은 올 시즌 프로야구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강인권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사령탑 예행 연습을 마쳤지만, 이승엽 감독은 유일하게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감독 첫 시즌을 시작한다.
#재계약 성공한 김원형과 홍원기
지난해 말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한국시리즈 대결 상대였던 SSG의 김원형 감독과 키움의 홍원기 감독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SSG는 정규시즌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홍 감독이 지휘한 키움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KT,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 팀은 4차전까지 홈과 원정에서 각각 1승과 1패를 주고 받으면서 2승 2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5차전에서 SSG 베테랑 김강민의 9회 말 대타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면서 마침내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SSG는 6차전까지 잡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2년간 SSG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정용진 구단주로부터 재계약을 약속 받은 상태였다. 계약 조건이 관건이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완벽한 마침표 덕에 3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5억 원)을 받게 됐다. 재계약 감독 역대 최고 대우이자 현역 감독(외국인 감독 제외) 최대 계약 규모다. 프로 사령탑으로 잔뼈가 굵은 염경엽 LG 감독(3년 총액 21억 원)이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타자 출신인 이승엽 두산 감독(3년 총액 18억 원)보다 더 좋은 조건에 사인했다. 김 감독의 첫 계약 조건(2년 총액 7억 원)과 비교하면, 기간은 1년 늘고 총액은 세 배 이상 뛰었다. 김원형 감독은 재계약 후 "지난 2년간 겁 없이 했다면 이제는 큰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잘하겠다. 지난 시즌 너무 많은 영광을 누렸는데 다음 시즌에도 다시 한번 이런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홍원기 감독도 준우승의 아쉬움을 재계약으로 훌훌 털어냈다. 한국시리즈 다음 날 3년 총액 14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4억 원)에 사인해 계속 키움 더그아웃을 지키게 됐다. 2014년 염경엽 전 감독이 남긴 키움 감독 역대 최대 규모 계약과 동일한 조건이다. 키움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김시진(2009~2012년), 염경엽(2013~2016년) 감독에 이어 홍 감독이 세 번째다. 홍 감독 역시 첫 계약 때 총액 6억 원에 사인했다가 2년 만에 몸값을 두 배 이상 불리면서 성공시대를 열게 됐다. 홍 감독은 재계약 후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과 구단에 감사하다. 멋진 선수들과 2년간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새 시즌엔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재계약 성공한 김원형과 홍원기
지난해 말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한국시리즈 대결 상대였던 SSG의 김원형 감독과 키움의 홍원기 감독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SSG는 정규시즌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홍 감독이 지휘한 키움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KT,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 팀은 4차전까지 홈과 원정에서 각각 1승과 1패를 주고 받으면서 2승 2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5차전에서 SSG 베테랑 김강민의 9회 말 대타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면서 마침내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SSG는 6차전까지 잡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2년간 SSG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정용진 구단주로부터 재계약을 약속 받은 상태였다. 계약 조건이 관건이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완벽한 마침표 덕에 3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5억 원)을 받게 됐다. 재계약 감독 역대 최고 대우이자 현역 감독(외국인 감독 제외) 최대 계약 규모다. 프로 사령탑으로 잔뼈가 굵은 염경엽 LG 감독(3년 총액 21억 원)이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타자 출신인 이승엽 두산 감독(3년 총액 18억 원)보다 더 좋은 조건에 사인했다. 김 감독의 첫 계약 조건(2년 총액 7억 원)과 비교하면, 기간은 1년 늘고 총액은 세 배 이상 뛰었다. 김원형 감독은 재계약 후 "지난 2년간 겁 없이 했다면 이제는 큰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잘하겠다. 지난 시즌 너무 많은 영광을 누렸는데 다음 시즌에도 다시 한번 이런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홍원기 감독도 준우승의 아쉬움을 재계약으로 훌훌 털어냈다. 한국시리즈 다음 날 3년 총액 14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4억 원)에 사인해 계속 키움 더그아웃을 지키게 됐다. 2014년 염경엽 전 감독이 남긴 키움 감독 역대 최대 규모 계약과 동일한 조건이다. 키움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김시진(2009~2012년), 염경엽(2013~2016년) 감독에 이어 홍 감독이 세 번째다. 홍 감독 역시 첫 계약 때 총액 6억 원에 사인했다가 2년 만에 몸값을 두 배 이상 불리면서 성공시대를 열게 됐다. 홍 감독은 재계약 후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과 구단에 감사하다. 멋진 선수들과 2년간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새 시즌엔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감독으로 온다
지난해 10월 야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국민 타자' 이승엽 KBO 총재특보의 두산행이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외벽에 벽화까지 그려진 삼성의 대표 레전드가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 모두 떠들썩했다.
두산은 지난 8년간 김태형 감독과 함께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세 차례(2015~2016년, 2019년) 우승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팀이 9위까지 처지자 결국 김 감독과의 결별을 택한 뒤 KBO리그 역대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거물급' 감독을 영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명실상부한 한국 야구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홈런 467개를 쳤고, 일본프로야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KBO리그를 8년간 비웠는데도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회, 골든글러브를 10회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에서 코치 생활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모두 '이승엽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납득하는 이유다. 두산은 이 감독에게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을 안기면서 믿음과 기대를 표현했다. 18억 원은 처음 사령탑에 오른 감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감독은 삼성 시절 36번을 달고 활약하면서 영구결번까지 남겼지만, 두산 감독으로서는 77번을 달고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가 '초보 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면 이 도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이승엽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 다시 들어왔다는 걸 느낀다. 확실히 더그아웃 밖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각이 많아졌다"며 "실수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열심히 준비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거듭 다짐했다.
어쩔 수 없이 따라붙게 될 '스타 감독'의 스포트라이트와 그늘을 선수들의 방패막으로 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어쩌면 나 때문에 올 시즌 두산은 잘할 때보다 못할 때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때는 내가 선수들 앞에서 비판을 견디고 싶다"며 "그라운드 위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잘 풀릴 때는 선수들이 주목받았으면 한다. 두산 선수들에게도 '나는 조력자고, 너희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 유격수도 삼성 감독 됐다
두산만 거물급 새 감독을 영입한 게 아니다. 이승엽 감독을 두산으로 보낸 삼성도 만만치 않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맞아들였다.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박진만 감독이다. 이 감독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다면, 박진만 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다.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 랜더스)에서 20년간 KBO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아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쳤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5회 수상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을 삼성 2군 감독으로 시작했지만, 8월 1일 자진 사퇴한 허삼영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삼성은 박진만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28승 22패로 이 기간 승률 4위(0.560)에 올랐다. 삼성 구단은 두 달 동안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성과도 낸 박진만 감독의 능력을 인정해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 감독은 이미 1군 사령탑 검증을 마친 뒤라 첫 계약인데도 계약기간 3년을 보장 받았다. 계약 총액은 최대 12억 원.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총 1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박 감독은 "감독대행을 하면서 베테랑과 신예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선수들이 이런 방향에 관해 이해해주고 따라줬다. 새 시즌에도 내부 경쟁을 통해 전력을 두껍게 만들겠다"고 했다. 또 "우리 선수 모두가 올해 부족했던 점을 잘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잘 준비할 것으로 믿는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다시 '삼성 왕조' 시절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독들간 특별한 관계
박진만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1976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활약했던 두 감독은 때마침 같은 시기에 감독 자리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현역 감독 10명 중 40대 감독도 둘뿐이다. 현역 최고령 감독인 이강철 KT 감독과는 열 살 차이가 난다.
박진만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는 대표팀에서 만난 뒤 오랜 친구로 지냈다. 나이도 동갑이고, 야구에 관한 대화가 잘 통했다"며 "팬들께서 이승엽 감독과 나의 대결을 재밌게 보시고, 그 경기가 KBO리그 흥행 카드가 된다면 나도 영광일 것 같다. 재밌는 대결을 펼치겠다"고 했다. 다만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게 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두산전을 특별하게 의식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할 것이다. 우리 둘의 맞대결이라기보다는 삼성과 두산의 경기"라며 웃었다.
이승엽 감독도 "동갑내기 친구인 나와 박진만 감독처럼 젊은 감독들이 힘을 모아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나마 다시 야구장으로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직은 팬들에게 삼성의 푸른색으로 더 익숙할 이승엽 감독이지만,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삼성 팬들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두산을 먼저 생각할 때다. 나는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했다.
한 살 터울인 강인권 NC 신임 감독과 홍원기 키움 감독은 비시즌에도 자주 만나 서로의 애환을 공유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한화와 두산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같이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지난해 5월부터 NC 감독대행을 맡았던 강 감독이 올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오랜 '절친'의 프로 사령탑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외에도 이강철 KT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현 키움)에서 감독(염경엽)과 수석코치(이강철)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 감독은 이후 두산에서 2군 감독과 수석코치로 일하다 2019년 KT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0년 KT를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3년 총액 20억 원에 재계약했고, 2021년 KT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래리 서튼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두 명뿐인 외국인 사령탑이다. 지난해 롯데가 8위, 한화가 최하위로 처졌지만 올해도 소속팀과 동행하게 됐다.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두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외국인 사령탑에 대한 KBO리그의 관심이 확연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베로 감독은 3년 계약 기간 중 2년을 최하위로 마쳤다. 아무리 '장기 리빌딩'을 모토로 영입한 감독이라 해도 올 시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일찍 짐을 쌀 수도 있다. 지난 시즌엔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지만, 올해는 한화가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면서 성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기에 더 그렇다.
지난해 10월 야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국민 타자' 이승엽 KBO 총재특보의 두산행이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외벽에 벽화까지 그려진 삼성의 대표 레전드가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 모두 떠들썩했다.
두산은 지난 8년간 김태형 감독과 함께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가운데 세 차례(2015~2016년, 2019년) 우승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팀이 9위까지 처지자 결국 김 감독과의 결별을 택한 뒤 KBO리그 역대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거물급' 감독을 영입했다.
이승엽 감독은 명실상부한 한국 야구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홈런 467개를 쳤고, 일본프로야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KBO리그를 8년간 비웠는데도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회, 골든글러브를 10회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에서 코치 생활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모두 '이승엽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납득하는 이유다. 두산은 이 감독에게 계약 기간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을 안기면서 믿음과 기대를 표현했다. 18억 원은 처음 사령탑에 오른 감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감독은 삼성 시절 36번을 달고 활약하면서 영구결번까지 남겼지만, 두산 감독으로서는 77번을 달고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가 '초보 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면 이 도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이승엽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 다시 들어왔다는 걸 느낀다. 확실히 더그아웃 밖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각이 많아졌다"며 "실수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열심히 준비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거듭 다짐했다.
어쩔 수 없이 따라붙게 될 '스타 감독'의 스포트라이트와 그늘을 선수들의 방패막으로 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어쩌면 나 때문에 올 시즌 두산은 잘할 때보다 못할 때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때는 내가 선수들 앞에서 비판을 견디고 싶다"며 "그라운드 위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잘 풀릴 때는 선수들이 주목받았으면 한다. 두산 선수들에게도 '나는 조력자고, 너희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 유격수도 삼성 감독 됐다
두산만 거물급 새 감독을 영입한 게 아니다. 이승엽 감독을 두산으로 보낸 삼성도 만만치 않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맞아들였다.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박진만 감독이다. 이 감독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였다면, 박진만 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다.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 랜더스)에서 20년간 KBO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아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쳤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5회 수상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을 삼성 2군 감독으로 시작했지만, 8월 1일 자진 사퇴한 허삼영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삼성은 박진만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28승 22패로 이 기간 승률 4위(0.560)에 올랐다. 삼성 구단은 두 달 동안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성과도 낸 박진만 감독의 능력을 인정해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 감독은 이미 1군 사령탑 검증을 마친 뒤라 첫 계약인데도 계약기간 3년을 보장 받았다. 계약 총액은 최대 12억 원.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총 1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박 감독은 "감독대행을 하면서 베테랑과 신예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선수들이 이런 방향에 관해 이해해주고 따라줬다. 새 시즌에도 내부 경쟁을 통해 전력을 두껍게 만들겠다"고 했다. 또 "우리 선수 모두가 올해 부족했던 점을 잘 알고 있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잘 준비할 것으로 믿는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다시 '삼성 왕조' 시절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독들간 특별한 관계
박진만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1976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활약했던 두 감독은 때마침 같은 시기에 감독 자리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현역 감독 10명 중 40대 감독도 둘뿐이다. 현역 최고령 감독인 이강철 KT 감독과는 열 살 차이가 난다.
박진만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는 대표팀에서 만난 뒤 오랜 친구로 지냈다. 나이도 동갑이고, 야구에 관한 대화가 잘 통했다"며 "팬들께서 이승엽 감독과 나의 대결을 재밌게 보시고, 그 경기가 KBO리그 흥행 카드가 된다면 나도 영광일 것 같다. 재밌는 대결을 펼치겠다"고 했다. 다만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게 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두산전을 특별하게 의식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할 것이다. 우리 둘의 맞대결이라기보다는 삼성과 두산의 경기"라며 웃었다.
이승엽 감독도 "동갑내기 친구인 나와 박진만 감독처럼 젊은 감독들이 힘을 모아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나마 다시 야구장으로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직은 팬들에게 삼성의 푸른색으로 더 익숙할 이승엽 감독이지만,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삼성 팬들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두산을 먼저 생각할 때다. 나는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했다.
한 살 터울인 강인권 NC 신임 감독과 홍원기 키움 감독은 비시즌에도 자주 만나 서로의 애환을 공유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한화와 두산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같이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지난해 5월부터 NC 감독대행을 맡았던 강 감독이 올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오랜 '절친'의 프로 사령탑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외에도 이강철 KT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현 키움)에서 감독(염경엽)과 수석코치(이강철)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 감독은 이후 두산에서 2군 감독과 수석코치로 일하다 2019년 KT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0년 KT를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3년 총액 20억 원에 재계약했고, 2021년 KT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래리 서튼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두 명뿐인 외국인 사령탑이다. 지난해 롯데가 8위, 한화가 최하위로 처졌지만 올해도 소속팀과 동행하게 됐다.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두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외국인 사령탑에 대한 KBO리그의 관심이 확연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베로 감독은 3년 계약 기간 중 2년을 최하위로 마쳤다. 아무리 '장기 리빌딩'을 모토로 영입한 감독이라 해도 올 시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일찍 짐을 쌀 수도 있다. 지난 시즌엔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지만, 올해는 한화가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면서 성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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