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3년

초보 감독 이전에 국민영웅, 이승엽 박진만 "한국 특유의 단결력, WBC 일 낼 것"[설특집 인터뷰]

사비성 2023. 1. 26. 09:58

초보 감독 이전에 국민영웅, 이승엽 박진만 "한국 특유의 단결력, WBC 일 낼 것"[설특집 인터뷰]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고교 시절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았지만, 프로 입단 후 가끔 인사 나누는 정도였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팀은 달랐지만 서로의 재능을 알아봤고, 절친으로 우정을 쌓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야구 메달 획득 환희를 누린 이들은 ‘국민’ 호칭을 듣는 슈퍼스타로 성장했고, 나란히 초보 사령탑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국민타자’ 이승엽(두산) ‘국민유격수’ 박진만(삼성·이상 47) 감독이 초보사령탑이 아닌 국가대표 레전드로서 위대한 도전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고언을 남겼다. 좀처럼 한 프레임에 담기 어려운 두 감독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스포츠서울이 만났다.

 

◇두근반 세근반, 여유vs초초
지도자 경력으로는 박진만 감독이 이승엽 감독을 앞선다. 박 감독은 2015년 SK에서 은퇴해 곧바로 지도자로 돌아섰고, 지난해는 퓨처스 감독에서 1군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견인했다. 지난해 10월 삼성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으니, 지도자 경력만 8년차로 접어든다. 2017년 삼성에서 은퇴한 이 감독은 장학재단 이사장, 해설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지켜봤다. 코치 경험은 전무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인정받아 지도자 데뷔를 감독으로 하는 영광을 맞았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은 초보가 아니”라며 “베테랑 지도자여서 나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감독은 “비활동기간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할 계획”이라고 말해 “선수 파악에 겨울을 통째로 써야 한다”며 초조한 표정을 지은 이 감독과 대비를 이뤘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마음
그라운드 안팎이라는 공간은 달랐지만, KBO리그가 다시 부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이 감독은 타격, 박 감독은 수비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어서 시각차는 있지만 “기본기를 다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 레전드는 “20대 초반 어린 선수를 보면 우리 때와 비교해 신체조건이나 재능은 훨씬 좋다. 좋은 기량을 발휘하는 힘이 부족한 게 아쉬운 점”이라고 꼬집었다.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기가 약해서인데, 기술 습득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박 감독은 “초등학교 때 처음 송구를 배울 때 정구공으로 던지는 훈련을 했다. 회전을 제대로 걸지 않으면 공이 뻗어나가질 않으니 자연스레 스로잉이 좋아졌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에게 이 훈련을 시켜봤는데,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방법이라더라”고 말했다. 걸음마 단계에서부터 기본기를 다져야 성인이 됐을 때 프로 수준의 기술을 부릴 수 있다. 박 감독은 “프로에 입단한 뒤 송구자세를 교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 역시 “전 세계 야구 동영상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동영상을 보는 건 좋지만, 맹신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각자 가진 힘과 스피드가 달라서 자신에게 맞는 타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타구에 회전을 걸어 스피드와 비거리를 모두 잡은 이 감독은 “작게는 0.1㎜, 크게는 0.5㎜ 차이로 팝플라이와 홈런이 나뉜다. 이 미세한 간극을 좁히는 건 감각의 영역인데, 무던히 훈련하다보면 어느순간 감이 온다. 한 번 잡은 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기본과 훈련’이 시작과 끝이다.

 

◇한국 특유의 힘 “잘 해낼 것”
기본과 기술의 정점에 선 이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두 감독도 2006년 초대 대회에 출전해 4강 신화를 견인했다. 이들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 감독은 준결승, 결승전 결승홈런으로, 박 감독은 금메달을 확정하는 더블플레이로 국민영웅이 됐다.

“베이징올림픽 키즈가 KBO리그 부흥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 두 사령탑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이 응원하고 박수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달라”는 얘기를 먼저 꺼냈다. 이 감독은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는 철저히 자신을 버려야 한다. 국가대항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도 개인성적에 연연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에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을 버리고 한국야구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 역시 “대표팀은 성적이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치렀던 국제대회를 떠올려보면, 한국인만의 장점이 도드라질 때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희생하고 단합하는 힘은 다른 나라가 가장 경계하는 한국 대표팀의 힘”이라고 역설했다. 2006년 WBC 대만전에서 김동주가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장면은 박 감독이 떠올리는 ‘희생과 단합’의 대표적인 순간이다. 김동주는 어깨 골절로 자신의 커리어에 큰 걸림돌이 됐지만, 한국은 4강 신화로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사령탑은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이 국민에게 선사한 환희와 감동을 통해 스포츠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증명했다. 이 기세를 후배들이 WBC에서 이어주기를 희망한다. 세계 최강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대회에 임하면, 잘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대표팀 후배와 한국야구의 미래들에 전하는 국민타자와 국민유격수의 솔직하고 진솔한 얘기는 스포츠서울 유튜브채널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