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FA시장 썰렁~왜?] 구단 실속찾기 'FA대어… 소 닭보듯'

사비성 2005. 11. 16. 15:57
[FA시장 썰렁~왜?] 구단 실속찾기 'FA대어… 소 닭보듯'
프로야구 자유계약시장(FA)이 개점휴업 상태다.

어느 해보다 썰렁한 시장 상황에 FA대박을 노리던 선수들은 울상이다. 특히 최대어로 꼽히던 박재홍(32)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박재홍은 프로야구 최초로 ‘200홈런-200도루’를 달성한 호타준족의 대명사. 공수주가 모두 뛰어난 박재홍은 통산 2할9푼3리의 타율에 220홈런 779타점을 기록해 최고의 외야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박재홍은 원소속팀 SK로부터 4년 계약에 23억5,000만원의 몸값을 제시받았다. 반면 타격은 탁월하나 수비력에 문제가 있는 장성호(28ㆍ기아)는 4년간 최대 42억원이라는 FA대박을 터트렸다.

박재홍 송지만 등 FA 대어들이 시장의 버림을 받은 이유는 뭘까.

▲ 수요가 없으면 대박도 없다 SK 최종준 단장은 “박재홍은 올해 FA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재홍에게 대박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최 단장은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경제 논리”라는 말로 박재홍이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지난해 최대 60억원이라는 초대형 FA대박을 터트린 심정수(30ㆍ삼성)는 삼성과 롯데가 영입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욱이 외야수는 20만~30만달러면 장타력을 갖춘 용병타자를 영입할 수 있는 자리다. 박재홍이 SK에 요구한 4년간 35억원이면 용병 3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재홍이 올해 팀플레이에 눈을 떴지만 한번 새겨진 ‘악동’ 이미지가 ‘주홍글씨’로 여겨진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 우승 청부업자는 대우받는다 FA시장이 열리기 박재홍과 송지만은 “최소한 박진만(29ㆍ삼성) 만큼은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박진만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냐’는 시위였다. 그러나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우승 청부업자는 될 수 없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홈런타자 심정수보다 박진만을 더 간절히 원했다. 박진만을 영입하면 탄탄한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는데다 라이벌 현대의 전력을 부실하게 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박진만은 우승 청부업자였기에 최대 39억원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박재홍은 능력은 있지만 팀워크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송지만은 방망이는 괜찮지만 수비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우승 청부업자로 평가받지 못했다.

▲ 내년을 위해 실탄을 저축한다 내년에 FA시장에 나올 대어가 많다는 점도 악재다.

타자로는 홈런타자 김동주(29ㆍ두산)와 호타준족의 이병규(31ㆍLG)가 눈에 띄고, 투수로는 박명환(28ㆍ두산)과 김수경(26ㆍ현대) 노장진(31ㆍ롯데) 등이 돋보인다. 대형포수 진갑용(31ㆍ삼성)도 나온다. 각 구단이 내년을 위해 실탄을 비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심타선 보강을 계획했던 LG가 FA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기아로부터 마해영을 데려오는데 성공한 것도 박재홍과 송지만의 입지를 좁혔다.

삼성은 2003년 말 정수근을 롯데에게 뺏겼다는 이유로 2004년 박종호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줬다. 이런 변수가 없다는 사실도 2005 FA시장을 썰렁하게 만든 이유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