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베이스볼 프리즘] WBC대표, 주전 유격수 '치열한 3파전'

사비성 2005. 12. 15. 11:40

[베이스볼 프리즘] WBC대표, 주전 유격수 '치열한 3파전'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주전 유격수는 누가 될까.

WBC대표팀 1차 엔트리 60명 중 유격수 요원은 박진만(29·삼성 라이온즈), 손시헌(25·두산 베어스)그리고 김민재(32·한화 이글스).

세 명 모두 공·수·주가 골고루 갖혀진 유격수들이다. 게다가 타선의 유기적 짜임새를 높이는 작전수행능력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올 시즌 프로야구 1,2,3위를 차지한 팀의 주전 유격수들로 WBC 대표팀 주전 유격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펼칠 걸로 예상된다.

◎ 공격력 부문이들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선수는 역시 박진만. 박진만은 2000년 이후 각종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주전유격수를 도맡아 온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타력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

최근 3년 간 2할8푼대 머물던 타율이 올 시즌엔 .249에 머물렀다. 자신의 통산타율 .258에도 못미치는 타격성적을 기록한 것. 게다가 2000년대 이후 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도 올 시즌 마감된 상태. 올해의 박진만은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면에서 예년과는 분명 다르다.

'10승 투수와도 안바꾼다'는 재간둥이 유격수 손시헌. 올 시즌 타격에서 급성장했다. 수비는 이미 지난 시즌 인정받은 상태. 손시헌은 올 시즌 타율 .276, 60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두산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다만 문제는 큰 경기 경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손시헌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삼성의 4연승에 일조한 게 가장 큰 문제점. WBC는 한국시리즈 이상의 심적 압박감이 수반되는 경기다. 김인식 감독이 손시헌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는 건 다소 모험에 가까워 보인다.

SK를 4강으로 이끌고 한화로 이적한 김민재. 지명도는 위의 두 선수에 비해 떨어지지만 내실만큼은 동급 최강을 뽐낸다. 올 시즌 타율 .277 2홈런으로 정교함은 정상급. 주요 승부처에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시즌 20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경쟁자들 중에서 도루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 수비력 부문수비면에서는 박진만의 수비가 일단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포구와 송구의 연결 동작은 가장 부드럽다. 단점은 3-유간 깊은 타구에 대한 송구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점. 발빠른 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할 때는 내야안타의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손시헌은 박진만에 비해 연결동작은 다소 딱딱하지만 수비 범위나 송구 스피드, 포켓에서 공을 꺼내는 동작은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스피디한 손시헌은 예선보다는 본선진출시 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했듯 손시헌의 문제는 큰 경기 경험이다. 김민재는 화려함은 없지만 강한 어깨와 폭넓은 수비범위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경기 중 집중력이 잠깐씩 흐트러질 때가 있다는 게 문제.

◎ 주루 및 작전수행능력유격수 포지션에 요구되는 첫번째 능력은 민첩한 스테핑과 타구예측 능력이다. 민첩한 발놀림은 베이스 러닝 능력과 직결되는 경향이 있으며 타구예측 능력은 천부적인 야구 센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구 센스는 작전수행능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결국, 대표팀 유격수 후보로 오른 세 선수는 일단 평균 이상의 주루 능력과 작전수행능력을 보유한 걸로 볼 수 있다.

주루능력은 이들 중 김민재가 가장 빼어나다. 시즌 20도루가 이를 입증한다. 손시헌은 순간적인 발놀림은 탁월하지만 루상을 주파하는 능력에선 김민재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박진만도 단독도루의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작전수행능력에서도 김민재에게 후한 평점을 줄 수 있다. 김민재는 SK에서 주로 2번을 도맡아 리드오파와 클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해 왔다. 번트 능력과 상황적응 배팅, 그리고 진루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에선 김민재가 가장 앞선 걸로 판단된다.

◎ '김심(金心)'에 달린 주전 낙점김인식 감독이 누굴 주전 유격수로 기용할 것인지는 아직은 모른다. 두산 감독 시절 직접 키워 낸 상승세의 손시헌이나 올 시즌 소속팀 한화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김민재에게도 적잖은 애정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김인식 감독 입장에서는 모험을 즐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 사견으로는 김민재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결국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기용된 박진만의 관록을 높이 살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아 보인다.

다만, 이 세 명의 유격수들이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중용될 여지는 남아 있다. 즉, 2루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WBC 대표팀 1차 엔트리에 포함된 2루수 후보로 정경배(SK 와이번스)-안경현(두산 베어스)-박종호-김재걸(이상 삼성 라이온즈)가 있지만, 충분이 2루 포지션에서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