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0년

[올림픽] 현대 4인방 ‘시드니 드림’

사비성 2000. 9. 8. 16:02
[올림픽] 현대 4인방 ‘시드니 드림’
[스포츠투데이 2000-09-08 13:14]
‘초보라고 얕보지 마.’

현대 김수경(21) 박진만(24) 박종호(27) 박경완(28). 다승 공동 1위(17승)와 리딩히터(.343),국내 최고 안방지기면서 홈런더비 공동 2위(35개). 국내 프로야구에서 내로라 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초보 태극전사다. 한번도 국가대표로 활약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올림픽 드림’을 이룰 생애 최고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대표팀 ‘막둥이’ 김수경은 프로 3년차답지 않은 노련함과 낙차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에이스 정민태,최근 전성기 구위를 되찾은 임선동과 함께 시드니올림픽에서 선발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눅들 거 뭐 있어요. 지금 페이스가 괜찮아 컨디션만 유지하면 문제 없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배포도 두둑하다.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박진만도 올시즌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수비만 잘하는’ 유격수에서 ‘방망이도 수준급’인 선수로 탈바꿈했다. 데뷔 이래 처음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하고,타율도 평균 2할3푼대에서 올시즌 2할8푼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8월 초 몸에 맞는 볼로 손등이 부어올라 수비에 차질을 빚었지만 이제 말끔히 다 나았다.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춰온 2루수 박종호와 키스톤 콤비를 이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스위치 히터’ 박종호도 이를 악물고 시드니를 벼르고 있다. 최근 교체출장하면서 체력도 비축해 뒀다. “지금 리딩히터 타이틀이 문제입니까”라고 되묻는 박종호는 최근 주춤해진 타격페이스를 신경쓸 겨를이 없다. 최고의 몸 상태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것만이 첫 태극마크에 보답하는 길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때늦은 대표선발에 흥분도 잠시,박경완은 무척 신중해졌다. 만만한 팀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박경완은 “동메달도 쉽지 않은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라고 조심스럽게 각오를 밝힌다. 신중한 그이기에 대표팀 안방은 더욱 믿음직스럽다.

몸은 초보,실력은 특급인 이들 4인방은 첫 태극마크를 달고 시드니를 누비는 꿈에 누구보다 가슴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