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 박진만의 공격력

사비성 2004. 12. 25. 00:35
▶ 박진만의 공격력



 위 표는 박진만의 데뷔 이래 9년동안의 성적입니다. 먼저 타율에 대해 살펴보죠. 1996년에 0.283이라는 준수한 타율로 데뷔해서 2년간 멘도사라인에서 헤매다가, 1999년부터 어느 정도 타격에 눈을 떠서, 2001년엔 드디어 3할을 찍죠. 그 후유증(^^)으로 2002년에 다시 멘도사라인에서 놀다가 2년 연속 수준급의 방망이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산타율이 겨우 0.259 밖에 안되지만, 최근 5년간 2002년을 제외하고는 타율 0.280 이상, 평균 0.275를 때려주었기 때문에 통산 타율로 평가를 받을만한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또한 홈런의 추이를 보지요. 박진만의 통산 홈런 갯수는 딱 100개 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그는 꾸준히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며, 괜찮은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루수와 유격수 중에 지난 5년간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올해 3루수로 컨버젼한 브리또를 제외하고, 박진만이 유일합니다. 또한 단순 홈런 갯수를 비교해봐도 괜찮습니다. 3루수까지 외연을 넓혀서 생각해도 박진만이 지난 5년간 때려낸 82개의 홈런은, 안경현(54개), 홍세완(68개), 김한수 (70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단지, 김동주(117개)와 브리또(95개)만이 박진만보다 많이 때려냈죠. 수비부담이 큰 또하나의 포지션인 포수들과 비교해봐도 박진만의 홈런수는 적은게 아니죠. 포수 중에서는 오직 박경완(132개)만이 지난 5년간 박진만보다 많은 홈런을 쳐냈습니다. 흔히 우리가 중장거리포 포수로 인식하는 진갑용(78개), 홍성흔(57개)도 박진만의 홈런수에는 모자랍니다.

 다음 장타율을 생각해보지요. 박진만의 통산 장타율은 고작 0.401밖에 안됩니다.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성적은 안되죠. 하지만 역시 최근 5년간의 장타율 추이를 보면 눈여겨 볼만한 스탯이 나오죠. 2000년부터 0.486-0.507-0.369-0.458-0.445를 찍으면서 5년평균 0.453의 장타율을 기록합니다. 물론 외야나 1루를 맡고 있는 거포들에 비한다면 빈약하지만, 유격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훌륭한 스탯이죠. 홍세완의 5년간 장타율도 0.445밖에 안됩니다. 이번에 FA로 풀린 김한수의 통산 장타율은 0.445고 최근 5년간 장타율은 0.440입니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박진만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나요? 대략 이정도라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유격수 공격력 랭킹 5위 안에 들 정도는 됩니다. '유격수' 이종범, '유격수' 장종훈, '유격수' 브리또만이 그보다 공격이 나은 유격수였습니다. 이 세선수의 공통점은 유격수로 뛴 해는 4~5년 정도이고 이제는 더이상 유격수가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박진만에게 점수를 주고 싶은 그의 출장경기수입니다. 그는 데뷔시즌인 1996년과 1997년을 제외하고 7년간 모두 120경기 이상 뛰었습니다. 특히 지난 두 시즌은 133경기 중 무려 129경기에 나왔습니다. 포수 다음으로 체력소모가 많은 유격수 포지션을 맡아서 부상 없이 꾸준히 출장하며, 그렇게 많은 경기에 출장해주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김재박 감독 밑에 있었다는게 크나큰 행운이었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 폄하하기엔 자기관리가 좋은 선수입니다. 내야수들 중에 그보다 더 꾸준히 출전했다고 볼만한 선수는 없습니다.(혹시 있으면..낭패..OTL)


 ▶ 다른 유격수들과의 비교

 위의 표는 2004 시즌 8개구단 주전 유격수 공격 스탯입니다. XR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물론 올해 유격수 공격랭킹 1위는 이범호입니다. 하지만 그는 팀사정상 할 수 없이 유격수로 출전했으며, 유승안의 디아즈 영입으로 말뚝을 잠시 박았죠. 하지만 은퇴할 때까지 다시 유격수로 뛰진 않을 겁니다. Never.. 그죠 한화팬님들?^^ 이범호는 공격스탯도 정말 화려했지만, 에러갯수도 화려했죠. ZR이나 FPCT같은 스탯을 구해보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 얘기를 왜하느냐 하면, 이범호는 논외라는 겁니다.^^

 이범호를 제외하고, 다른 7명의 유격수들의 스탯을 살펴보면 2강 5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진만, 홍세완을 제외하고 다른 5명의 유격수들은 거의 각팀의 9번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든 스탯이 거의 비교가 안되고, 1년동안의 활약도를 나타내는 XR이나 RC같은 것은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 선수들이 맡고 있는 자리에, 박진만이 들어간다면 수비는 논외라고 하더라도, 공격력에 생각보다 많은 향상이 생길겁니다. 올해 3루수로 뛰어준 브리또의 스탯을 제시한 이유는 올시즌 브리또 보다도 나은 공격을 박진만이 보여주었으며, 유격수는 용병으로 메꾸기 녹록한 포지션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특히 박진만에 대해서 '고작 OPS 8할에 홈런 10여개 치는 선수'가 뭐그리 돈을 많이 받아야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박진만은 유격수입니다. 심정수를 생각해보죠. 심정수는 OPS 10할을 너끈히 찍을 수 있는 강타자입니다. 하지만 위의 올시즌 외야수 스탯을 살펴보시죠. 우리나라에 OPS 8할 찍는 외야수는 널렸습니다.^^ 물론 병풍으로 최고의 좌타자 2명이 사라졌지만, 일단 외야수는 용병으로도 좋은 선수를 구하기가 쉽습니다. 즉 박진만의 유격수로서의 공격력은, OPS 8할 치는 선수가 많은 외야에서의 심정수의 타격의 가치보다 많이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 결론

 제가 지금까지 박진만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모두 공격력에 대해서입니다. 그런 이유는 박진만의 '수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No.1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보는 전문가나 팬들이 인정하는 필드의 사령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인정하지 않으시는 분도 계시겠죠. 숫자로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양보해서 "박진만과 수비가 동급은 있을 수 있어도 그보다 더 나은 수비를 보여주는 유격수는 없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박진만의 FA 가치는 올시즌 FA가 된, 심정수와 임창용 그리고 예전에 FA였던 송진우, 박경완과 동급으로 놓고 싶습니다. 즉 역대 최대어라는 겁니다. 작년에 진필중, 정수근, 마해영과 비교했을 때, 4년 40억 요구(아직 단지 그의 요구일 뿐입니다)는 무리라고 보기 힘듭니다.

 FA는 말그대로 Free Agent, 즉 자유계약선수입니다. 즉 그 가격은 실력+나이+장래성 뿐만이 아니라 필요구단의 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박진만은 실력도 완벽하고, 아직 만 28살도 채 되지 않았으며, 필요로 하는 구단도 많습니다. 그러면 비쌀 수 밖에 없겠죠. 우리 XXX선수가 얼마를 받는데.. 박진만이..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격을 주장하는 것도 자유듯이, 그에 대해 비난하는 것도 자유겠지만, 최소한 박진만, 기타 다른 FA선수들을 비난하시려면, 어느 정도의 근거는 제시하셨으면 합니다. 여긴 foulball이니깐요.^^


 쓰다보니 살짝 길어졌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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