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0년

[올림픽야구] 정수근·박진만‥소금같은 선수

사비성 2000. 9. 27. 16:12
[올림픽야구] 정수근·박진만‥소금같은 선수
[스포츠투데이 2000-09-27 13:35]
이들이 없었으면 짜릿한 맛이 덜했을 것이다.정수근(23·두산),박진만(24·현대)은 대표팀의 ‘소금’ 같은 선수다.화끈한 타격을 뽐내지는 않아도 정수근은 발재간의 재치야구로,박진만은 내야를 수호하는 깔끔한 수비로 박수갈채를 받았다.이들은 야구는 방망이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올림픽무대에서 과시했다.

정수근의 타율은 26일 현재 딱 3할(20타수 6안타)이다.그중 2루타는 단 1개에 불과하다.하지만 정수근은 발로 만들어낸 2루타만 6개다.이번 올림픽에서 정수근은 26일 현재 도루 6개를 기록 중이다.1루에 나서면 어김없이 2루를 넘봤고 대표팀 사상 최초로 도루왕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6개의 스틸을 감행하는 동안 도루 실패는 단 한번도 없었다.

도루뿐 아니라 정수근은 기습번트로 상대 내야진을 뒤흔들었다.번트 모션에 현혹돼 내야수들이 달려들면 갑자기 강공으로 바꿔 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끊임없이 베이스를 넘나들며 배터리를 괴롭힌 것으로 따지면 정수근에게 ‘A 학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다.

유격수 박진만은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100% 완벽한 수비를 자랑했다.국가대표로 처음 나서면서도 흔들리거나 주눅들지 않았다.타율이 1할5푼4리(26타수 4안타)로 저조했지만 박진만은 병살을 4차례나 성공시키며 타석에서의 부족한 점을 메웠다.국제용 특급 유격수였다.

때아닌 실책 하나로 투수들은 흔들리기 마련.박진만은 타구가 끊임없이 날아드는 유격수 자리를 지키면서도 재빠른 위치선정으로 튀는 공들을 걷어냈고 허겁지겁 슬라이딩 하는 일없이 차분하게 수비를 해냈다.내야를 지휘하는 ‘1등 사령관’이었다.

올림픽의 스포트라이트는 장쾌한 홈런을 쳐낸 거포나 마지막 순간을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장식한 투수에게 쏟아지기 마련이다.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아도 정수근과 박진만의 ‘소금’ 같은 활약 덕에 한국 대표팀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