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숨가빴던 심정수, 박진만의 계약 막전막후

사비성 2004. 11. 23. 23:38

숨가빴던 심정수, 박진만의 계약 막전막후
[폭탄뉴스.com 2004-11-23 11:32]

 

삼성은 박진만과 심정수와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우트전의 실무책임을 맡은 박덕주 운영과장과 김평호 코치는 22일 낮 SK와 협상이 불발에 그친 박진만과 서울시내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박덕주 과장은 박진만을, 김평호 코치는 심정수를 책임지기로 이미 업무를 분담한 상황.

식사가 끝나자 마자 김 코치는 차를 몰아 심정수의 집이 있는 경기 용인시 수지로 향했다. 이후 박덕주 과장은 박진만과 지리한 협상을 벌였다. 가장 큰 의견 차는 옵션 부분. 박진만은 총액에는 수긍했지만 옵션이 너무 불리하다며 협상과정에서 선뜻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박 과장은 항간에 떠돌던 원 소속구단 현대와의 밀약설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진만이 현대와 어느정도 의견 조율을 한 후 삼성과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고 보고 속전속결로 박진만과 협상을 벌였다.

결국 4시간에 걸친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박진만이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박 과장은 서울 리베라호텔에 머물던 김재하 단장에게 SOS를 쳤다.

박 과장은 박진만을 차에 태워 리베라 호텔로 향했다. 박진만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옵션 금액을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하며 김재하 단장을 압박했다. 결국 박진만은 옵션조건을 완화하는 대신 플러스 옵션 4억 원, 마이너스옵션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 때가 22일 밤 11시반.

삼성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심정수 잡기에 나섰다. 원래 심정수는 24일에 김평호 코치와 박덕주 과장을 만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틀이라는 짧지않은 시간에 무슨 사단이 생길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김평호 코치가 밤 이슥한 시각에 심정수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지난 해 정수근과의 FA협상에서 실무를 맡았던 김 코치의 머리 속에는 온통 오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삼성으로 이적키로 했다가 갑작기 롯데로 유턴한 정수근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게 김 코치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막상 심정수와 만난 김 코치는 밤 12시가 되도록 심정수가 OK사인을 주지않아 애간장을 태웠다.

결국 김 코치도 옵션부분에 대한 최종판단을 김재하 단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김 코치와 심정수는 수지에서 차를 몰아 김재하 단장이 머물고 있던 리베라 호텔로 향했다. 심정수는 김재하 단장과 옵션조건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23일 새벽 0시 반이 훨씬 넘은 시각이었다.

삼성은 22일을 넘기면 사실상 박진만이나 심정수와 결별할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요한 설득 끝에 두 명의 대어를 낚은 셈이다.

대사를 마친 김 코치는 심정수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다시 차를 몰아 심정수를 수지 집까지 데려다 준 후 파김치가 된 상태로 집에 도착한 게 새벽 4시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