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0년

[백스크린] 현대의 가미카제식 훈련

사비성 2000. 10. 27. 16:28
[백스크린] 현대의 가미카제식 훈련

[스포츠투데이 2000-10-27 23:59]

 

‘죽어야 사는 남자들?’

26일 현대 선수단의 훈련이 한창인 수원구장 한쪽에서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용달 타격코치가 배팅박스에 있는 선수들의 몸을 향해 무자비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던 것.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은 하나같이 공을 피하기는커녕 몸을 요리조리 비틀어 가며 얻어 맞고 있었다.

이른바 ‘가미가제 훈련’. ‘내가 죽어야 팀이 산다’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자폭 비행단의 정신을 연상시키는 조금은 엽기적(?)인 훈련을 현대가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또 이상한 상상을 하기 십상이다. 저런 비인간적인 연습을 하다니. 하지만 이 훈련에 사용되는 공은 다름 아닌 테니스 공. 몸에 맞아도 아프지 않고 바람의 영향도 덜 받는 테니스 공이 가미가제 훈련에 특별히 사용되고 있었다. 훈련의 목표 또한 ‘맞아서라도 나가고 보자’가 아니다. LG 타격코치 시절부터 이 훈련을 실시했었다는 김용달 코치는 “타자들의 가장 큰 적,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제일 목표라고 설명한다.

사실 타자들은 의식 속에서건 무의식 속에서건 항상 공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불과 0.4초 만에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 공은 공포 그 자체. 타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홈플레이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지는 것도 바로 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가미가제 훈련은 두려움을 없애고 또 피할 수 없는 공이 몸쪽으로 날아올 경우 부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것. 항상 부상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타자들이 반복적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연습,또는 안전하게 맞는 법을 익히다 보면 실전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부상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김코치의 지론.

이런 김코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기 철철 넘치는 박진만은 연신 몸을 비틀어대며 신음소리를 낸다. ‘악,억.’